설 명절 기간 중국 쓰촨(四川)성 티베트인 밀집거주지역에서 경찰과 티베트인 시위대 간에 유혈사태가 발생해 티베트인 3명이 숨졌다. 지난 1년 사이 이 지역에서 티베트 승려들이 잇따라 분신 자살한 데 이어 새해 들어서도 유혈진압이 계속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의 해외 티베트 인권단체 인용 보도에 따르면 23일 쓰촨성 간쯔장족자치주 루훠현에서 수천명의 티베트인들이 종교 자유를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했고 현지 경찰이 총기를 사용해 3명이 사망했다. 일부 소식통은 사망자가 6명에 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가했던 한 승려는 "시위대가 경찰서에 도착하자 경찰이 자동화기를 발사했다"고 증언했고 시위 장면을 목격한 또 다른 승려는 AFP통신에 "안전 우려 때문에 시위 참가자들이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망 보도를 부인하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총기 사용에 대한 언급 없이 "몽둥이와 돌을 든 군중이 경찰서를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사망했다"고만 보도했다.
해외 티베트 인권단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쓰촨성 북부 아바에서도 티베트인의 시위가 이어져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강제진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아바 인근 지역의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 지역에 경찰 병력을 증강하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정부는 이날 유혈충돌을 티베트 시위대와 해외 인권운동 단체 탓으로 돌렸다. 홍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외국에 거주하는 소위 '티베트 독립론자'들은 항상 소문을 조작하고 사실을 왜곡하려 한다"며 "이들의 목적은 중국 정부의 신뢰를 저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티베트인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정부의 이주 정책에 따라 티베트인 거주 지역에 한족이 대거 유입되면서 티베트 고유 문화가 사라지고 자신들의 종교 자유가 제한됐다며 항의해 왔다. 중국의 티베트인 거주 지역에서는 지난해 3월 이후 16명의 전현직 승려가 중국 정부의 통제 정책에 항의하며 분신 자살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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