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조그마한 교회나 시골 성당을 녹음 장소로 찾고 있어요. 혼자서 도 닦듯, 반드시 해내야 할 작업이에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전곡 녹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꿈이다. 그 꿈을 향하되, 에둘러 가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몇 년은 걸릴 수도 있는 꿈"이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그는 숨 고르기를 택했다.
바이올린 주자 민유경(39)씨에게 이번 무대는 쉼의 의미가 크다. '쇼콜라테 봉봉 로맨틱 발렌타인'이란, 다소 난삽한 수식이 붙은 '영화배우 김태우의 발렌타인 N 클래식'. 2월 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제목은 정확히 몰라도 어쩌다 한번은 들어봤을 클래식의 편린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그에게는 꿈을 향해가는 여정이다.
민씨가 말하는 휴식이란 지난해 쉼 없이 매달린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5작품) 콘서트의 긴장감을 털어낸다는 의미다. 모차르트 생시의 연주 관행을 좇아 지휘자 없이 피아노 대신 쳄발로를 등장시킨, 문자 그대로 원전 연주의 자리였다. "하고 나니 모차르트 전문가인 양 제 이미지가 굳어졌죠."
이번에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볼콤의 '우아한 유령' 등 피아노 반주로 들려줄 2곡의 소품을 넣은 것은 그에 대한 반동이다. "초기 재즈 같은 '우아한 유령', 끈적이듯 늘어지는 리듬이 인상적인 라벨의 2악장(일명 '블루스')은 이를테면 클래식의 모험 같은 거죠." 그 자신으로 보자면 클래식의 타성을 떨쳐낼 계기다.
모차르트 '피아노 4중주 제1번', 브람스 '피아노 4중주 제1번' 등 통상적 의미의 정통 클래식 작품들도 대중 친화적이다. "특히 브람스는 매우 경쾌하죠." 그는 연주 행위란 들어주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대중성이다.
"인기를 겨냥한 크로스오버 무대와는 다르죠. 다양한 연주를 통해 악기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이니까요." 뮤지션들의 그 같은 시도 덕에 잘 드러나지 않는 보석 같은 작품이 빛을 보는 것은 객석의 즐거움이다.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로 편곡한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 같은 곡은 좀체 듣기 힘들죠."
이번 공연을 통해 실내악의 가능성을 가까운 사람들과 찾아 확인하고 싶다는 말에는 자기 쇄신에의 바람이 겹친다. "저를 수식하는 다른 말이 붙을 때가 됐는데, 너무 갇혀 있는 느낌이에요, 꾸준히 공부해야죠."
이번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박종훈, 비올리스트 가영, 첼리스트 주연선이 함께한다. (02)720-3933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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