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이번에도 못하면 독점 깰 기회 없어벽지노선 줄어든다는 건 낭설, 경쟁체제와 안전은 별개 문제
철도개혁은 최근에 뚝딱 만들어져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45년 전인 1967년 국제개발기구가, 또 80년 세계은행이 철도차관 제공 조건으로 국영체제의 철도청 공사화를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89년 철도공사법 제정, 92년 연기 결정, 같은 해 11월 96년 공사화를 목표로 법 개정, 95년 공사법 폐지 등 때마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철도 국영 체제 투자 및 운영 비효율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각계 논의를 거쳐 참여정부 때인 2003년에 비로소 건설 및 시설관리는 국가가, 운영은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철도산업구조개혁이 단행됐다. 여야 합의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철도사업법 등 관련법도 제정해 지금의 철도산업 기틀을 마련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철도운영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국가 외의 자가 운영함을 원칙으로 하고, 정부는 운영부문 경쟁력 강화, 운영의 안전 확보, 공정한 경쟁여건 조성에 관한 시책을 수립한다. 철도운영에 정부 면허도 받도록 했고, 운임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고시한 운임 상한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따라서 KTX 운영을 민간에 개방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정부의 정상적인 법 집행이다. 그런데도 철도개혁은 집단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철도노조와 코레일, 선거를 의식해 정치적 이슈로 만든 정당 및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번에도 포기한다면 철도독점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KTX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사업비의 50~60%를 부채로 건설한다. 건설 부채가 17조 원으로 하루 이자가 23억 원이며, 30년 후에는 70조 원에 하루 이자만 9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민영화 및 특혜의혹, 요금인상, 벽지노선 감축, 안전위협 등 허구와 왜곡이 판을 치고 여기에 동조하는 세력의 목소리도 크다.
경쟁 도입은 국가가 시설을 소유하고 운영권만을 한시적으로 민간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철도시설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공기업 독점 운영에서 일부 구간을 민간에 개방하는 즉, 독점운영이 경쟁운영으로 바뀔 뿐이다. 선로사용료를 많이 납부하겠다는 사업자에게 운영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특혜는 더욱 아니다.
88년 대한항공의 독점 시장에 아시아나항공 진입, 2005년 저가항공사 진입 후 항공료 인상 억제는 물론 고품질의 서비스와 소비자 선택권이 대폭 확대된 사실도 엄연히 존재한다.
철도는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운임을 비교하면 그렇지도 않다. 서울-대전구간 운임을 예로 들면 고속버스 9,200원, 새마을 1만5,300원, KTX 2만3,700원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지만 철도의 원가를 보면 답이 나온다. 인건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 독점 타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렴한 운임과 질 좋은 서비스 혜택을 국민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
경쟁체제가 되면 벽지노선의 열차운행이 줄어 들것이라고 오도한다. 코레일은 벽지노선 등 PSO(공익서비스) 보상으로 정부로부터 매년 3,000억 원 가량을 지원받으면서 건설부채를 상환해야 할 고속철도 수입으로 일반철도에 교차지원하고 있다. 이는 고임금ㆍ비효율 구조의 일반철도에 이중으로 지원하는 결과다. 정부는 PSO 지원은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이 운영을 포기하는 노선은 최저 보조금 입찰제를 통해 정부가 민간 운영자를 선정한다. 벽지노선이 없어진다는 것은 철밥통을 지키려는 왜곡 선전에 불과하다.
경쟁체제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는 항공사, 버스회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서울지하철 1ㆍ3ㆍ4호선을 서울메트로와 코레일이 함께 운행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된 적이 있는가. 역주행을 밥 먹듯이 하는 조직이 아직도 관제업무를 국가가 챙기면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해괴한 논리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철도 경쟁도입은 2015년 신규노선 개통에 대비해 지금이 적기다. 코레일의 기득권 지키기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버리고, 상식과 합리에 바탕을 둔 국민의 입장에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강근식 한국철도시설공단 시설사업본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