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등록금 확정을 앞두고 각 대학이 잇달아 밝히고 있는 인하 폭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방만한 재정운용과 절박한 사회적 요구 등을 감안할 때 조정 여지가 더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전국 344개 대학 중 어제까지 112곳이 명목 등록금 수준을 결정했다. 이 중 109개 대학은 등록금을 인하했고, 포항공대 등 3개 대학은 동결했다. 평균 인하율은 4.8%이지만, 3% 미만 인하한 곳도 14개(13%) 대학에 이른다. 특히 등록금 책정을 선도하는 주요 사립대 중에선 고려대가 2% 인하에 그쳤다. 등록금 심의위원회에서 7차에 걸친 학생 대표들과의 줄다리기 끝에 장학금 40억 원 확충을 조건으로 타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등록금 책정을 미루고 있는 연세대 등 다른 사립대도 2% 내외에서 인하 폭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학 등록금 인하론은 등록금 부담 때문에 정상적인 학업조차 어렵다는 학생들의 비명에 정치권이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호응하면서 본격화했다. 특히 최근 10여 년 사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배나 웃돌 정도로 폭등했다는 사실과 함께 파헤쳐진 대학의 재정운용 실태는 등록금 수준의 정당성을 크게 훼손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 사립대들은 법인이 부담해야 할 학교시설 건설비 등을 교비로 전가해 등록금을 올려왔고, 공립대들은 등록금으로 조성한 기성회비에서 교직원 급여 등으로 수천 억원을 전용했다. 대학의 방만한 재정운용, 만연한 모럴 헤저드에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됐던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각 대학이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할 경우 등록금을 15%까지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대학도 정부의 예산 지원 방침에 호응, 5% 인하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등록금 책정 시점이 되자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셈이다.
대책 없는 등록금 인하는 대학의 정상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들이 등록금 고수에 앞서 방만한 재정 관행을 개혁했는지 의문이다. 구태를 벗는다면 등록금 추가 인하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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