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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콜텍 기타 노동자 밴드의 설 맞이/ "올해 소망은 해고된 기타 공장서 복직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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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콜텍 기타 노동자 밴드의 설 맞이/ "올해 소망은 해고된 기타 공장서 복직 공연"

입력
2012.01.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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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밖에서 맞는 6번째 설입니다. 올해는 공장으로 출퇴근하고 아이들에게 아버지 노릇 제대로 할 수 있겠죠?"

기타제조업체 콜트ㆍ콜텍 해고 노동자들이 새해를 맞아 희망의 기타를 들었다. 인천 콜트 공장, 대전 콜텍 공장에서 근무하다 2007년 정리해고된 후 6년째 복직 투쟁 중인 노조원 26명 중 4명이 지난해 말 '콜트ㆍ콜텍 기타 노동자 밴드(이하 '콜밴')'를 결성해 활동을 시작한 것.

고향인 대전을 떠나 서울에서 농성 중인 콜텍노조의 이인근(47) 지회장과 장석한(43) 사무장이 기타, 노조원 김경봉(53)씨가 베이스, 임재춘(50)씨가 나무 상자 속에 기타 줄을 넣은 타악기 '카혼'을 맡았다.

"지난 5년간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기타를 오래 만들었는데 연주할 줄은 아느냐'는 거였어요. 왜 미처 기타 배울 생각을 못했을까요."

"콩나물 읽는 법도 몰랐었지만 기타를 잡는다는 것만으로도 설??蔑굔?이들은 올해 여러 복직 투쟁 현장에 음악의 힘을 보탤 계획이다. 지난해 12월21일 서울 홍대 앞 클럽 '빵'에서 열린 '콜트ㆍ콜텍 수요 문화제'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고 지난 11~12일에는 대우자동차판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투쟁 현장에 '원정 공연'을 다녀왔다. 데뷔곡으로 부른 민중 가수 연영석의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의 가사 "내 몸으로 일을 하고 남들처럼 살려는 게 욕심인가, 힘 있으면 보호받고 힘 없으면 무시해도 되는 건가"는 노동자들을 울렸다. 7~ 24년간 기타를 만들어온 손으로 하는 기타 연주는 어떤 연주보다 정직했다.

"반응이 대단했지요. 저희가 잘 해서라기보다 수백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한 마음이 되게 해준 음악의 힘에 대한 환호와 갈채였을 겁니다."

콜트ㆍ콜텍 해고 노동자들은 집회와 법적 소송 외에도 문화예술로 투쟁을 진행해 화제가 됐다. 이들이 만든 기타를 써온 인디 음악인들은 2008년 말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빵'에서 후원 공연 '콜트ㆍ콜텍 수요문화제'를 열고 있다. 노동자들이 프랑크푸르트뮤직메세 등 세계 악기박람회 현장을 찾아 퍼포먼스를 벌이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영화 '기타 이야기', '꿈의 공장'이 개봉했고, 콜밴의 활동도 다큐멘터리영화로 만들어진다.

콜밴은 "기타를 치면서 길고 고단한 투쟁 과정에서 날카로워진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며 "음악의 치유력" 이 다른 현장으로도 전달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가장 큰 소망은 올해 안에 공장으로 돌아가 '집들이 공연'을 하는 것이다. 콜트ㆍ콜텍 노동자들은 해고무효소송의 대법원 최종 판결만 2년 넘게 기다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2009년 고등법원에서 "콜트ㆍ콜텍 회사가 흑자 상태였는데도 노사 갈등 등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정리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났지만 사측에서 상고한 후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그 동안 가족에게 가장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큰 이들에게 올해 귀향길이 마냥 즐거울 리는 없다. 이 지회장은 "해고 직후 삭발을 한 채 큰 딸의 중학교 입학식에 갔다. 그 아이가 벌써 고3이 됐다"며 "투쟁하느라 청소년기를 함께 해주지 못했단 미안함 때문에 딸을 보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들은 희망의 레퍼토리를 늘려가고 있다. 설 연휴 직후인 25일 '콜트ㆍ콜텍 수요문화제' 무대에는 신곡 '여행을 떠나요'를 올린다. 한달 후 선보일 세 번째 곡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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