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어디로 가는가. 지도부를 해체하고 비상대책위를 꾸릴 때만해도 반성과 쇄신의 각오를 다지더니, 지금은 사사건건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비대위가 공천 기준을 정하면 친이계는 "우리를 밀어내려는 음모"라고 의심하고, 재벌 개혁을 제기하면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반발한다.
이런 당내 대립은 급기야 19일 차명진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의 해임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기에 이르렀다. 김 위원이 비록 철회했지만 정강 정책의'보수' 삭제 주장을 제기하고 정권 핵심 용퇴론과 이명박 대통령 탈당까지 언급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차 의원은 의원 30명이 동조 서명했다고 밝혔지만 주변의 우려 때문인지 확전에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갈등은 더욱 내연하고 있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대통령 탈당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떠나라"고 요구했고, 진수희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진의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비상한 상황, 긴급한 대책, 처절한 반성과 쇄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계파 간 쟁투만 가득하다. 비대위가 구성될 때만해도 진보 지식인들이 "야권이 정신차리지 않으면 큰 일 난다"고 경계할 정도였으나 이제 누구도 한나라당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지지자들조차 기대를 거두고 있다.
이런 혼돈은 설익은 주제를 불쑥 꺼내 논란을 유발한 비대위원들의 미숙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나는 아니고 너만 개혁하자''절대 손해 보지 않겠다'는 무책임과 이기심이 당내에 만연한 때문이다.
일이 잘못됐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희생하지 않으면서 쇄신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다. 이제 박 비대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가지를 치고 줄기를 잡아 쇄신의 방향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큰 목표와 방향이 무엇인지 다시 정리해 내놓고, 그에 따라 정치제도와 관행, 공천 등 정치부분과 복지, 재벌 개혁 등 정책부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월 총선뿐 아니라 대선에서도 낭패를 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