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는 나의 신앙이다."
올해로 21세. 꽃보다 더 꽃다운 나이인 한성희(한솔제지)가 테니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테니스를 멘탈 게임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테니스는 멘탈을 넘어 종교입니다"라며 "된다, 할수있다 라는 자기확신과 믿음만 있으면 예상되는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해 10월말 호주 마운트 감비어챌린지대회에서 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성희는 당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승승장구, 결승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20일 비록 우승컵을 품에 안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면 국제대회에서도 너끈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흑룡의 해 2012년에 여자프로테니스(WTA) 랭킹 100위권 진입과 WTA 투어대회 바로 아래단계인 챌린지대회 챔피언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랭킹 339위 한성희로서는 다소 벅찬 과제라는 게 주변의 솔직한 평가다. 그러나 여자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정명 감독은 "주인공이 한성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리나와 정제를 앞세워 불과 1~2년 사이에 세계 정상권에 이름을 올린 중국여자테니스를 보면 한성희의 가능성은 더욱 도드라진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 감독은 "키 164cm에 몸무게 55kg인 (한)성희의 체격조건을 두고 약점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 만큼 발이 빨라 순발력과 민첩성이 뛰어나다"며 "특히 포핸드 랠리에서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 치는 근성은 성희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비밀병기"라고 강조했다.
한성희는 서울 서빙고초등학교 2학년때 테니스에 입문했다. 낭중지추(囊中之錐ㆍ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 두각을 나타낸다는 뜻)랄까. 이름을 알리는데 3년이면 충분했다. 5,6학년때 초등무대를 휩쓸었다. 이어 중앙여중에 진학하면서 한솔주니어테니스 아카데미 김영홍, 최주연 코치의 지도를 받아 주니어무대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2006년 여고1학년(중앙)때 장호배를, 이듬해 이덕희배를 손에 넣는 등 부동의 랭킹 1위자리를 고수했다. 하지만 2009년 여고졸업 직후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프로무대에 적응하기 위한 시련이라며 어깨를 다독거렸지만 마음속으론 자신을 스카우트한 팀에 대한 미안함으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로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고 회고한 한성희의 시련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0년 5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탄융챌린지대회 4강 진출로 슬럼프 탈출 터닝포인트를 마련한 것이다.
2009년 781위로 출발한 랭킹을 1년 후 377위로 끌어올린 한성희는 현재 랭킹포인트 143점으로 100위권과는 600여점의 차이가 있다. 한성희는 이에 대해 "메이저대회 본선무대에 오르면 뒤집기가 가능하다"며 "올시즌 윔블던과 US오픈 본선 진출을 목표로 하루 7,8시간 동계훈련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주연 코치는 "성희가 테니스교(敎)를 믿는 종교인처럼 한 눈 팔지 않고 올인 하다 보면 조만간 열매를 맺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서브를 강화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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