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열리는 '제2회 올레 스마트폰영화제' 개막식 상영작 명단에 한 '중학생 감독'의 작품이 눈에 확 들어온다. 지난해 제1회 스마트폰영화제에서 '히어로'라는 영화로 특별상을 받은 태현석(14ㆍ서울 목운중3)군이다. 또래들은 선행학습으로 바쁜 겨울방학에 벌써 2번째 스마트폰 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는 "공부도 하면서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했다.
유독 액션 영화 보기를 좋아하던 태군이 '영화를 직접 찍겠다'고 결심한 건 아버지가 선물한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으로는 초보자도 손쉽게 단편영화를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당장 친구 1명과 함께 시나리오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남학생이 인기 있고 싸움도 잘하는 남학생과 겨뤄 좋아하는 여학생과 사귄다'는 스토리였다. 편집 프로그램인 베가스를 독학해 직접 편집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기술적으론 서툴러도 '중학생들의 판타지'가 잘 드러난 귀엽고 재미있는 영화"라고 평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영화도 주변에서 소재를 찾았다. '아이스하키 선수인 두 친구의 오해와 화해의 과정'을 담은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있는데, 취미가 아이스하키인 태군의 경험이 모태가 됐다. 배우도 태군이 소속된 아이스하키 클럽 친구들을 섭외할 생각이다.
태군의 영화 제작을 돕기 위해 멘토도 가세했다. 지난해 스마트폰영화제에서 '사랑의 3점슛'이란 영화로 실버스마트상(3등)을 받은 강동헌(35)씨다. 두 사람은 현재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작업 진척 사항을 체크하고 있다. 강씨는 "등장인물의 숫자나, 배경, 분량 등 현실적인 조언을 주로 한다"고 했다. 그는 "나는 해피엔딩을 원하는데 현석이는 지금 새드엔딩을 바라고 있어서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며 "아무튼 나 역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현석이의 영화가 기대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태군도 "작년엔 영화 찍는 것을 극구 반대하셨던 부모님들도 올해는 재미있게 만들어 보라고 격려하셨다"며 "장래 희망이 영화감독은 아직 아니지만 그래도 힘 닿는 데까지 계속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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