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부순환도로에서 두 달 새 3건의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흘 간격으로 두 차례나 사고가 발생하자 도로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했던 서울시가 늑장대처로 일관하는 바람에 희생자가 또 생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19일 오전 2시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내부순환로를 달리던 김모(41)씨의 체어맨 차량이 연희램프 끝 지점에 설치된 화단에 충돌한 뒤 램프 끝 방호벽을 뚫고 25m 아래 홍제천으로 떨어졌다. 사고 충격에 밖으로 튕겨져 나온 김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사고 10여분 전인 오전 1시50분쯤 1차 사고를 낸 후 과속으로 도주하던 중이었다.
당시 김씨는 강변북로 잠두봉 지하차도를 지나다가 앞 차로에서 속도를 줄이던 택시를 들이받은 뒤 그대로 내부순환로 쪽으로 도망쳤다. 경찰은 김씨가 추돌사고 직후 도망갔고 과속운전을 하다 진입램프 방호벽을 들이받은 점을 들어 음주운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28일 이모(32)씨가 운전하던 1.2톤 트럭이 홍은램프 인근에서, 이틀 뒤인 11월 30일에는 홍제램프 합류 지점에서 이모(59)씨의 1톤 냉동탑차가 추락해 운전자들이 숨졌다.
최근 6년간 내부순환로에서 있었던 추락 사망사고는 이번을 포함해 모두 4건. 특히 최근 발생한 3건은 내부순환로 성산대교와 홍지문 터널 사이 반경 4㎞ 내 진출입 램프에서 일어났다.
왜 이 지점에서,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는 걸까. 우선 도로의 구조적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이날 사고를 포함한 세 번의 추락사고는 모두 내부순환로와 합류하는 진입램프 근처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폭이 서서히 좁아지는 곡선주로 형태의 일반적인 합류도로와 달리 사고지점은 본 도로와 합류되는 진입로의 폭이 일정하게 유지되다 끝 부분 2m 정도에서 급격하게 줄어드는 형태다. 때문에 야간에 본 도로를 달리는 과속차량은 일반 차선으로 착각, 차선을 변경하다 끝 부분에 있는 110㎝ 높이의 방호벽을 그대로 들이받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게다가 방호벽 앞에 충격방지 화단이 있지만 50㎝ 높이 밖에 안돼 과속 운행시 오히려 차량이 방호벽을 뛰어넘는 구름판 역할을 했다. 사고 차량 운전자들은 모두 진입로 끝에 자리한 방호벽과 도로 옆 충격흡수대를 들이받고 아래로 추락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화단의 높이가 낮기 때문에 차체가 높은 중형 승용차나 트럭은 쉽게 타고 오를 수 있다. 높이를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장 시설 보수공사 관계자는 "진입로 끝에 설치된 화단과 충격흡수대 사이가 1m 정도로 불필요하게 넓어 전혀 완충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2중, 3중의 충격흡수 장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늑장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두 건의 연이은 사고 이후 서울시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 차원에서 시설 보완 대책이 마련된 시점은 지난해 12월 28일. 대책 마련에만 무려 한 달이 걸렸다. 게다가 보수업체 선정 작업 등으로 또 20일이 흐른 사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위험지역을 알리는 표지판이나 경광등 같은 임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내부순환로, 북부간선도로, 강변북로 등 도심 도로 내 화단이 설치된 진입램프 7곳에 ▦콘크리트 방호벽 설치 ▦사고위험 구간 과속 단속 카메라설치 ▦안전표지판 확충 등 시설보완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내부순환로를 자주 이용한다는 이종민(36ㆍ유통배달원)씨는 "평소 밤에 다닐 때 램프 옆에 가로등이 없어 종종 급정거를 했다. 램프 주변뿐만 아니라 수 백m 전부터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이나 경광등을 설치했으면 사망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당국의 대책이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물론 운전자 스스로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11월 28일과 30일 발생한 사고의 경우 각각 과속과 음주운전이 원인이었다. 19일 사고 역시 1차 사고 후 과속으로 도주하던 운전자의 과실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내부순환로는 음주 과속 등 운전자의 부주의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심야시간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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