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9일 박희태 국회의장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하루 만에 박 의장 측 핵심 3인방의 국회 사무실과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전대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재정조직을 담당했던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비롯해 공보메시지 담당이었던 이봉건(50) 정무수석비서관, 그리고 캠프 회계책임자였던 함은미(38) 보좌관에 대한 기습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박 의장에 대한 압박 강도를 최대한 높였다.
조 비서관과 이 비서관의 사무실이 국회의장실과 같이 국회 본관 3층에 위치해 있고, 함 보좌관이 근무하는 사무실은 의장실과 바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이 사실상 박 의장을 염두에 둔 수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국회의장의 수족과 같은 비서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 상징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수사팀 관계자는 "박 의장이 해외순방 중이라 예우 차원에서 그 동안 압수수색을 보류했다. 이제부터는 정면 돌파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압수수색은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41) 모 의원 보좌관이 전대 당시 돈봉투를 전달한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답보 상태였던 수사의 활로를 확보하기 위한 검찰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박 의장이 혐의를 부인하는데다 캠프 인사들이 말 맞추기를 시도했다는 정황까지 나오고 있어 압수물 분석이 수사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검찰은 설 연휴 기간 동안 압수물 분석에 주력한 후 곧바로 조 비서관과 함 보좌관을 소환 조사할 방침을 세웠다. 조 비서관은 고 보좌관에게 돈 봉투 전달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어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지난 11일 국회 사무처에 휴가를 내고 종적을 감춘 상태다. 함 보좌관은 전대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출자료에 박희태 후보 캠프의 공식 회계책임자로 기재돼 있는 만큼 돈의 출처를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입법부의 심장부를 압수수색했다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검찰이 박 의장 측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성과물을 찾아낼지는 미지수다. 지난 8일 고승덕 의원을 조사하면서 이번 사건이 사실상 공개수사로 전환됐기 때문에 그동안 박 의장 캠프 인사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말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병용(54ㆍ구속) 한나라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은 전대 관련 문건을 파쇄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의 이날 국회 '상륙'이 '뒷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