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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부겸과 고승덕의 승부수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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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부겸과 고승덕의 승부수 '먹혔다'

입력
2012.01.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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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혼란기다. 격변의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서 더 관심을 끈다. 과연 정치권은 거대한 소용돌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대체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일 것인가. 혼란의 와중에도 기회의 꽃을 피우는 정치인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녹여낸 민주통합당의 김부겸 의원과 한나라당의 고승덕 의원이 그들이다.

정치 혼란의 원인은 외부에도 있고, 내부에도 있다. 둘 다 만만치 않은 도전이고 시련이다. 외부 요인은 '안철수 현상'이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수렴, 극대화하며 정치적 태풍으로 발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탄생이 안철수 현상의 1차 성과였으며, 이어질 2차, 3차 쓰나미는 예측조차 불허한다. 기존 정치권은 다만 떨고 있을 뿐이다.

내부 요인은 '구태정치'다. 여야를 막론하고 돈 살포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겉으론 돈 문제지만 속내는 그게 아니다. 거기 정치적 사활을 건 정파 간 막장 대결의 장이 있다.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치고 있는 상황에서 외려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 입지를 다지고 있는 정치인도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달리 보면 이적행위다. '저 살자고 남 죽이는' 이기적 행태로 볼 수도 있다. '여'에도 있고, '야'에도 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과 민주통합당 김부겸 의원이 그들이다.

선수는 김부겸 의원이 쳤다. 수도권 3선에도 이렇다 할 정치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그가 모처럼 정치적 승부구를 던졌다.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성공작이다. 종내 그의 발목을 잡아오던 '딱지'를 일거에 날려버렸다. 당장 민주통합당 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 컷오프를 가뿐하게 통과했고, 본선에서 최고위원이 됐다. 덤으로 얻은 게 한 둘이 아니다. '살신성인', '사즉생' 등의 찬사가 따라붙었고, 일약 공천혁명과 인적쇄신의 물꼬를 틀 주체로 부상했다.

위기 상황에서 이만한 정치적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지역구 하나 바꿨을 뿐인데, 그의 정치적 위상과 비중은 한없이 올라가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손해 볼 게 없는 묘수다.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대구에서 이기면 금상첨화다. 대구에선 져도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입각을 노려볼 수 있다. 집권에 실패해도 높아진 정치적 비중을 무기로 보궐 등을 통해 얼마든지 원내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

김부겸 의원 못지않은 절묘한 승부수를 던진 정치인이 한나라당에도 있다. 고승덕 의원이다. 느닷없이 전당대회 돈 살포 의혹을 폭로했을 때 그의 심모원려를 알아 챈 정치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들 어리둥절해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승부수는 곧바로 진가를 발휘했다. 정치권 전체가 돈 봉투 살포 정국으로 빨려 들어갔다. 덩달아 민주통합당도 회오리바람에 휩쓸렸다. 일거양득이다.

결과적으로 고승덕의 승부수는 여야 모두를 위기에 빠뜨렸다. 그런데 거기서 그가 얻을 이득은 무엇일까. 어렵지 않다. 쇼 프로그램 들러리를 설 때를 제외하곤 정치인으로서 이렇다 할 관심을 끌지 못했던 그가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등극했다. 깨끗한 정치인으로 부각됨과 동시에 공천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게 됐다. 인적쇄신에 골머리를 앓는 박근혜 비대위원장과의 이해도 맞아 떨어졌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김부겸과 고승덕의 승부수는 평가할 만하다. 후과도 있을 테다. 그러나 괘념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정치판은 정글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승부수가 필요하다. 나름 의미도 있다. 김부겸의 실험은 정치적 상상력을 확장시켰고, 고승덕의 폭로는 깨끗한 정치를 열망하는 일반의 기대에 모종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최준영 작가·거리의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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