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탈당 문제가 한나라당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이 그제 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부터다. 그 동안 당내 일각에 그런 기류가 없지 않았으나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이 문제가) 논의된 적이 없으며,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를 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 쇄신파인 권영진 의원이 대통령 탈당요구에 가세하고 친이계의 반발이 이어지는 등 내홍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임기 말 대통령 탈당을 둘러싼 집권여당의 갈등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어느 정권도 피해가지 못했다. 노태우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4명의 대통령이 예외 없이 임기 말에 탈당했다. 하지만 책임정치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이런 관행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인기가 떨어지고 힘 빠진 임기 말 대통령과의 단절을 통해 야당의 공세와 국민적 심판을 피하려는 것은 정치적 꼼수에 불과하다.
지난 경험으로 볼 때 그런 정치적 술수가 통했던 것도 아니다. 199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은 김영삼 대통령 인형 화형식까지 벌이면서 탈당을 관철시켰지만 결국 선거에 졌다. 2007년 대선 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10개월이나 앞두고 탈당했지만 정동영 후보는 500만 표 차로 낙선했다. 국민들이 집권여당의 분열과 꼼수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증거다.
오늘의 극심한 민심이반을 부른 이명박 정부의 국정 실패는 이 대통령과 청와대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국정을 함께 이끌어온 한나라당에도 책임이 있다. 청와대와 친이 주류의 국정운영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던 친박계나 당내 소장파는 생각이 다를지 모르나 대다수 국민들은 한나라당과 청와대를 따로 보지 않는다. 국정 운영의 공과에 대해서는 책임정치 구현과 정치발전을 위해서라도 선거를 통해 떳떳이 심판을 받아야 한다. 임기 말 대통령과의 단절로 심판을 피해가려는 행태는 국민의 호응과 지지를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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