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주민들의 '기차 서핑'을 막기 위해 기차 위에 콘크리트 공을 설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철도청은 최근 2㎏짜리 콘크리트 공 20개를 자카르타 철도역 근처에 매달았다. 사람들이 표를 끊지 않은 채 열차 지붕 위에 앉아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붕 위의 승객은 열차가 이 구간을 지나갈 때 콘크리트 공에 부닥칠 수 있는데 이 경우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프달 카심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은 "콘크리트 공 설치로 인명 피해 위험이 크다"며 "기차 위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모두 내려올 때까지 운행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펜디 드자민 인권노동단체 회장은 "기차 서핑은 공공 운송수단이 턱없이 부족하고 표 살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며 "안전한 철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래 전부터 고질적인 기차 서핑에 시달려왔다. 현재 운행중인 기차는 대부분 1945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할 당시 만든 것으로 상당수가 노후화한 상태다. 거주자가 1,000만명이 넘는 자카르타와 인근 지역을 잇는 기차는 하루 40만명 정도가 이용한다. 이용객에 비해 기차 편수가 적고 기차 내 공간이 부족해 문에 매달려가거나 지붕 위로 올라가는 사람이 매우 많다. 하지만 기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갈 때 추락하거나 고압 전력선 아래에서 감전 사고를 당해 해마다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기차 서핑을 방지하기 위해 지붕에 기름과 페인트를 바르고 철조망을 부착했으며 기차 서핑 금지를 주제로 한 노래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철도청 관계자는 "콘크리트 공 설치로 기차 서핑족이 줄어들면 향후 콘크리트 공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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