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8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희태 국회의장의 소환 시기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박 의장이 돈 봉투 전달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지만, 2008년 전당대회 당시 캠프의 최정점에 있었던 만큼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라도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박 의장도 "검찰 수사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밝혀 수사에 협조할 뜻을 내비쳤다. 검찰은 다만 국회의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방문조사나 제3의 장소에서의 출장조사 등 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다소 유연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 모 의원 보좌관이 고승덕 의원실에 돈 봉투를 전달했다는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소환 시기는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당시 박희태 캠프의 보고체계가 박 의장을 정점으로 상황실장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재정조직담당 조정만 정책수석비서관, 고 보좌관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돼있었기 때문에 박 의장 소환을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검찰 입장에서는 김효재 정무수석과 조정만 비서관에 대한 조사도 끝나지 않은데다 고 보좌관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4년 전에 발생한 일인데다 돈도 전액 현금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아 캠프 관계자들이 혐의를 부인할 경우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 관계자도 이날 "아직 박 의장 주변인물에 대한 조사도 끝나지 않았다"며 박 의장을 당장 부르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캠프 핵심인사에 대한 소환은 설 연휴 이후에, 박 의장은 빨라야 이달 말께나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이날 2008년 전당대회의 또다른 후보였던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김모씨를 최근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안병용(구속) 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으로부터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돈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은 구 의원들이 "안 위원장이 한 표는 박희태 후보에게, 한 표는 공성진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같은 친이계였던 두 후보 캠프 사이에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김씨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선거는 대의원 1명이 2명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1인2표제로 치러졌으며, 박 후보가 29.7%를 얻어 당 대표가 됐고 공 전 의원은 12.5%를 득표해 4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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