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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팔았다… 조롱도 참았다… 올림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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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팔았다… 조롱도 참았다… 올림픽이니까

입력
2012.01.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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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 이즈 낫싱.'(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은 없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의 광고문구다. 아디다스는 각종 대회때 마다 요란하게 이 같은 문구를 내걸면서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파한다. '불가능은 없다'라는 아디다스의 메시지는 짧지만 강렬하게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광고에만 능통했을 뿐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말았다. 그런 불가능과 맞서 싸우는 선수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올해 올림픽이 열리는 영국 런던 출신 선수를 말이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자신을 경매상품으로 내놓아 화제가 됐던 영국의 육상선수가 마침내 꿈을 이뤘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인공은 제임스 엘링턴(27). 후원사는 영국의 면도용품 회사 '킹오브 세이브'(King of Shaves)로 알려졌다. 후원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엘링턴은 "후원사의 도움으로 돈에 구애 받지 않고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라며 "한달 동안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까지 비용을 지원해준다면 훈련기간 동안 후원자의 로고가 새겨진 셔츠를 입겠다는 내용의 '상품'을 내놓았다. 당시 그가 밝힌 후원금액은 1만5,000파운드(약 2,600만원)의 훈련 지원금과 이동 숙박 등에 필요한 부대비용 1만5,000파운드를 합해 3만파운드(약 5,200만원)가 전부였다. 엘링턴은 "나를 경매에 부친 가장 큰 이유는 올림픽 출전이 단 한번밖에 없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출발은 감동적이었다. 경매 하루 만에 최고 3만파운드를 후원하겠다는 사람이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태까지 '듣도 보도' 못한 경매 이벤트에 폭발적인 호기심을 보였지만 끝내 믿음을 주진 않았다. 열흘 동안 진행된 경매에서 3만2,550파운드를 써낸 한 독지가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지만 이내 거짓말로 들통나는 등 한껏 조롱 당하기도 했다. 올림픽 출전 꿈을 이루기 위해 인터넷 앞에 '벌거벗었던' 엘링턴은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감내해야 했다.

동시에 엘링턴의 꿈도 스러져갔다. 내로라하는 스포츠 마케팅사들도 엘링턴의 상품성에 주목하지 않았다. 지난 4년간 갖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대표팀 터줏대감으로서 트랙을 지켜온 그에게 돌아온 건 싸늘한 시선뿐. 후원사들의 리스트에 그의 이름은 지워졌다. 지난해 유럽 육상 선수권대회에서 금빛질주를 선보였지만 사실상 육상선수로서 퇴출 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엄습했다. 하지만 그는 벌떡 일어섰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0m에서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4위로 골인하며 경쟁력을 확인한 그는 올림픽 출전을 향한 꿈을 다시 가꾸기 시작했다. 기록도 나쁘지 않았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200m 20초52는 영국 랭킹1위다. 100m는 10초23. 그는 이미 영국 국가대표로 100m와 200m는 물론 400m 계주 올림픽 출전을 확정 지은 상태다.

엘링턴은 "후원금액은 내가 원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책정됐다. 하지만 100% 올림픽에 집중할 수 있는 금액이다"라며 "가장 유력한 400m 계주 금메달을 향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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