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가 짧을수록 보험료가 싸지는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손해보험사들이 본격 판매를 시작한 지 겨우 한 달 남짓 지났지만, 이미 초반 '반짝 흥행'을 넘어 '롱런'이 기대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예상 밖의 커다란 인기가 외려 부담스러운 눈치다. 보험료는 평균 8%나 깎아줬는데 교통사고가 줄지 않아 나가는 보험금이 그대로라면 손해 규모만 키우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11개 손보사의 마일리지 차보험 판매 실적은 16일 현재 11만2,000건에 달한다. 업체 별로는 지난달 16일 이 상품을 처음 선보인 AXA(악사)다이렉트가 2만8,100건으로 실적이 가장 좋았고, 삼성화재(2만5,202건)와 동부화재(1만7,900건)가 뒤를 이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도입 초기인데도 '요일제 차보험' 등 다른 상품들에 비해 신규 계약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잘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화재는 차보험 신규 계약 10건 가운데 1건이 마일리지 보험이고, 온라인 전업사인 악사의 경우 25%에 이른다.
운전자들이 마일리지 보험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상품 구조가 보험료 할증은 없고 할인만 있어 매력적이다. 연간 주행거리가 7,000㎞ 이하인 승용차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최대 16%까지 깎아주는 무료 특약 서비스인데다, 차를 덜 타면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주행거리가 길다고 해서 돈을 더 내라고 하진 않는다. 소비자로선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할인을 받거나 주행거리를 입증하는 방식이 아주 간편한 점도 인기 요인이다. 현재 출시된 마일리지 보험은 낮아진 보험료만큼 덜 내고 가입하는 선(先)할인과 만기 때 할인된 보험료를 돌려받는 후(後)할인 중 하나를 가입자가 고를 수 있다. 주행거리 역시 가격이 5만원 상당인 '차량운행정보 확인장치'(OBD)를 부착하지 않고도 직접 계기판 사진을 찍어 보험사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인증이 가능하다.
현재 프랑스계인 악사가 마일리지 보험을 가장 공격적으로 팔고 있다. 손보사 중 유일하게 TV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악사 관계자는 "시장 선점을 노리고 업계 최초로 마일리지 보험을 출시했다"며 "중소형 손보사로서 영업력이 강한 대형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앞으로도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일리지 보험 확대가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업계 일각에선 악사의 적극적 마케팅에 대해 시장점유율 만회를 위한 고육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악사는 작년 10월 기준 온라인 차보험 시장점유율이 15.9%에 그쳐, 동부화재(18.7%)에 처음으로 선두를 내줬다. 악사와 대조적으로 다른 손보사들은 마일리지 보험 홍보에 소극적이다. 보험료를 할인 받는 가입자가 많아지면 당장 손해율(가입자에게 거둔 보험료에서 지급되는 보험금 비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할인 보험료를 적용 받기 위해 계기판을 조작하는 운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일리지 보험의 안착을 낙관하고 있다. 초기 인기를 감안할 때 가입률이 수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입 대상인 연간 주행거리 7,000㎞ 이하 차량은 개인승용차 1,353만대의 26.3%(356만대) 수준이다. 또 마일리지 보험 가입이 운전을 자제토록 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사고율이 떨어져 손해율이 안정되는 건 물론 ▦사고처리 비용 절감, 환경오염 감소 등 부수적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료 할인을 받기 위해 처벌 위험까지 감수하며 계기판을 조작하는 가입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보다는 과당 경쟁에 따른 보험사들의 손익 악화 가능성이 더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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