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망에 관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예언은 문명에도 숙명 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자극한다. 최근 70회 생일을 맞은 호킹 박사는 BBC 방송을 통해 "1,000년 내에 거의 확실하게 핵전쟁이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인류가 멸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게 종말을 확언한 건지, 가능성만을 거론한 건지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인류 멸절의 원인으로 핵무기처럼 문명 자체에 내재된 자기파괴적 요인을 맨 먼저 꼽은 게 흥미롭다.
■ 문명의 자기파괴적인 속성이 뜻밖의 파국을 초래할 수 있음을 통찰한 인물로 의 저자 토머스 맬서스(1766~1834)가 떠오른다. 그는 산업혁명 이후 급증세를 탄 인구를 치명적인 문명의 자기파괴적 요인으로 꼽았다. 물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해 파국이 불가피하다는 의 통찰은 아직까진 현실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류의 무절제한 번영은 한정된 자원 때문에 비극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함축은 여전히 유효하다.
■ 로마클럽이 1972년 발표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는 의 현대판이라 할 만하다. 보고서는 기술 혁신에 따른 식량 증산을 감안해도 맬서스의 통찰은 틀리지 않다는 쪽에 섰다. 특히 석유 같은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사정은 더욱 나빠서 경제성장 추세가 변하지 않는 한 100년 안에 세계는 성장의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자원 소모적인 시스템 자체를 파국을 초래할 문명의 위험요인으로 꼽은 셈이다.
■ 호킹 박사의 예언대로라면 인류문명은 BC 5000년 경 등장한 수메르문명을 시작으로 볼 때 45억년 지구 역사 중 약 8,000년에 불과한 전성기를 누리다가 사멸하는 숙명을 맞는 셈이다. 희망이 없진 않다. 호킹 박사는 "인류 멸절이 피할 수 없는 건 아니다"며 화성 같은 기타 천체로의 이주를 예견했다. 박사의 낙관대로 머나먼 미래의 인류가 멸망의 숙명을 넘어 새로운 문명의 새벽을 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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