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관련 개정법률안들은 지금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이를 두고 국방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해ㆍ공군 예비역들이 자군 이기주의 때문에 반대하고 있고, 국회는 당리당략과 정쟁에 눈이 멀어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 법안들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과거 육군에서 군단장, 군사령관, 총장을 지냈던 여ㆍ야 의원들이 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만 보아도 집단이기주의나 당리당략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국회에서는 그간 두 번의 공청회와 공개, 비공개 토론회들이 열렸고 의원 개개인은 찬ㆍ반측 전문가들과 진지한 토론을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개정안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방부가 제시했던 73개의 개혁과제 중 국군조직법을 개정해 상부지휘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은 출발부터가 잘못되어 있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겪은 후 우리군의 지휘구조가 잘못되어 있다고 진단하고 합동성 강화를 위해 상부지휘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당시 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은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통수기구의 잘못된 판단과 무능에 기인한 것이지 결코 지휘구조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들의 잘못을 군 구조 탓으로 돌리고 군구조만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될 것처럼 선전하면서 개혁업적 내세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현 지휘구조는 합참의장이 각 군의 작전사령부를 직접 작전지휘하게 되어있다. 합참의장이 작전사령부들을 직접 지휘하게 한 것은 다차원의 입체전이 수행되는 현대전에서 지·해·공 전력들을 가장 신속하고 능률적으로 운용하여 합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개편안은 합참의장이 각 군 총장을 작전지휘하고 총장은 예하부대를 작전지휘하게 한다는 것이다. 합참의장의 지휘권도 유지하고 각 군 총장에게도 지휘권을 주게 되면 지휘단계가 늘어나 보고와 결심이 지연되고 각 군 총장 중심으로 작전이 수행되어 합동작전에는 혼선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작전사령부를 폐지하고 작전본부라는 것을 만들어 사령관 대신 참모차장에게 작전을 맡기는 기형적인 구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없던 문제를 만들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과오를 범하려는 것이다.
2015년 말에 전시작전통제권이 연합사령부로부터 우리 합참으로 전환된다.
이 개편안은 전작권 전환후의 한·미연합작전 체계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수십 년간 작전을 함께 해온 한·미 양국의 작전사령부들이 서로 협조하면 전작권 전환 후에도 연합작전에 문제가 없다. 이는 2012년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2009년에 이미 한·미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에 의해 검증된 사실이고 그 검증 결과에 따라 전환 준비를 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작전사령부들을 폐지해 버리면 각 군 본부에 연합작전체계를 새로 구성해야 하고 한·미 측 사령관 대 사령관의 협조관계를 총장 대 사령관의 비대칭적인 협조관계로 바꿔야 하는 등 혼란스럽고 비능률적인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307계획을 발표하면서 상부지휘구조 개편으로 장군 30여명과 연간 1,000억 원의 예산을 절감한다고 했다. 그런데 개편안이 미로를 헤매는 동안 합참차장과 육군참모차장을 대장으로 하고 각 군의 참모차장을 2명씩 두는 등 인력이 늘어나고, 각 군 본부에도 작전지휘에 필요한 지휘·통제체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예산도 추가 소요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합동성과 전작권 전환 후의 한·미 연합작전체계에 심각한 문제들을 유발하고 인력과 예산의 절감 효과도 없는 국군조직법 개정 법률안은 빨리 미로에서 벗어나 장기적 발전과제로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권력구조 전환, 미국의 국방전략 변화, 우리나라와 주변국의 국가지도부 교체 등 6ㆍ25 전쟁 이후 최대의 안보취약기라고 하는 지금은 3군이 일치단결해 완벽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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