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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미운 오리, IPTV에선 황금알 낳는 거위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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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미운 오리, IPTV에선 황금알 낳는 거위로 날다

입력
2012.01.1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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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7일 지방 극장 2곳에서 지각 개봉한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의 영국영화 '나인송즈'(2004)의 관객 수는 불과 87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었다. 매출액도 61만9,000원에 그쳤다. 관객 4,000명은 들어야 수지타산이 맞는 영화이니 곡 소리를 낼 만도 한데 수입사 컴퍼니 엘은 오히려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극장 개봉과 동시에 VOD서비스를 실시한 IPTV에서 '나인송즈'는 크게 선전을 하며 영화사에 흑자를 안겨줬다. 남녀의 육체적 관계를 사실적으로 그려 해외 개봉 당시 외설 논란을 일으켰던 이 영화는 IPTV 1회 다운로드당 1만원을 받았다. 이형주 컴퍼니 엘 대표는 "이슈 거리를 지닌 영화라 어느 정도 기대를 했지만 예상 밖의 성과를 올렸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IPTV가 충무로의 새 금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극장 밖 영화 부가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IPTV가 비디오와 DVD의 영광을 재현할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 2위(736만2,657명)를 기록한 '써니'는 IPTV에서도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써니'의 IPTV 기대 수익은 20억원 가량. 마케팅비 등을 포함한 총제작비(약 60억원)의 3분의 1 가량을 IPTV에서 벌게 된 셈이다.

영진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영화 부가시장 총 매출액(541억원)에서 IPTV(341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63.1%다. IPTV의 지난해 가입자 수(493만5,805명)가 2010년(365만9,574명)보다 127만6,231명이나 폭증했으니 영화의 IPTV 매출액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IPTV의 장점은 보고 싶은 영화를 어느 때든 쉽게 찾아 TV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신 개봉 영화도 안방에서 리모콘 조작으로 만날 수 있다. 비디오나 DVD와는 다른 수익분배 방식은 영화 제작자나 수입업자들에게 매력적이다. 계약 조건은 영화마다 다른데 IPTV는 매출에 따른 수익분배 방식을 주로 택하고 있다. 비디오나 DVD는 영화 판권을 확보한 사업자가 수익을 독차지하는 구조였다. 정상진 씨너스 앳 나인 대표는 "예전 극장에서 1만명이 봐야 수익이 남는 영화도 이제 극장에서 2,000~3,000명 봐도 IPTV에서 승부를 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IPTV가 새로운 수익원이 되면서 영화 제작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배우 김혜선의 노출 연기로 화제를 모은 '완벽한 파트너' 등 IPTV를 겨냥한 야한 영화들이 하나 둘 만들어지고 있다. 2010년 IPTV에서 다운로드 횟수가 가장 많았던 영화는 '방자전'이었고 그 뒤를 '하녀'가 이었다. 지난해 극장에서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8만4,798명)을 올린 홍콩 에로영화 '옥보단 3D'는 IPTV를 통해 손실을 많이 메운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 수입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만 달러면 수입이 가능했던 작은 외화의 거래가가 2,3배 치솟았다. 원정욱 씨너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IPTV라는 새로운 수익 창구가 생기면서 1년 새 영화 수입가가 크게 올랐다. 극장에서 장사가 잘 안 되는 중국영화에 대한 관심도 최근 늘었다"고 밝혔다.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IPTV 가입자 수가 늘고 있고, 영화 다운로드도 급증하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 수치는 잡히지 않고 있다. 영화사들은 세세한 다운로드 건수나 매출액을 알지 못한 채 IPTV업체와 수익을 나누고 있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IPTV 업체의 주장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출액과 다운로드 횟수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 안 돼 있으니 잠재적 영화 투자자들에게 투자 근거를 제시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IPTV=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한 양방향 TV서비스.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지나간 TV프로그램이나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다. 기존 TV처럼 실시간 방송도 제공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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