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몇 달 만에 보는 부모님 모습에 가슴이 철렁할 때가 있다. 언제 저렇게 나이가 드셨는지, 예전 그 팔팔하던 기운은 다 어디로 갔는지, 여기저기 아프셨다는데 왜 지금껏 귀띔도 안 하셨는지…. 하지만 어디가 어떻게 안 좋으시냐고 물으면 괜찮다, 신경 쓸 것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
이번 설에는 눈을 크게 뜨고 부모님 자세나 동작을 유심히 관찰해보자. 사소한 변화가 현재 몸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어디가 나쁜지 짚이는 데가 있어야 더 나빠지기 전에 알아서 챙길 수도, 챙겨 드릴 수도 있다.
손가락 중 엄지 검지 중지가 저리면?
전 부치기와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이 특히 많은 명절에 어머니가 가장 많이 겪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손저림이다. 혈액순환이 잘 안돼 그렇겠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심해지면 관절이나 근육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엄지와 검지, 중지가 저린 건 손목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해 힘줄과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터널)가 좁아지면서 신경을 누르는 손목터널증후군 때문일 수 있다. 관절척추전문 바로병원 양영모 원장은 "자다가 손가락이 저려 깰 정도라면 손목터널증후군일 가능성이 더 크다"며 "식기 같은 걸 집을 때는 손등을 아래로 하고 엄지로 감싸서 잡는 게 손목 보호에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저리면
팔꿈치관절 안쪽에 인대로 둘러싸인 터널을 통과하는 신경이 눌리는 팔꿈치터널증후군이 생기면 주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손가락이 저린다. 부모님이 평소에 누워서 팔꿈치로 머리를 받치고 TV를 보거나 팔을 베고 자는 습관이 있다면 팔꿈치터널증후군이 생길 가능성이 좀더 높다. 팔꿈치 신경 주변에 관절염이나 물혹이 있어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목에서 어깨, 손까지 저리면
목 디스크가 생기면 목부터 어깨, 손끝까지 저리는 증상이 생긴다. 양 원장은 "머리를 얼마나 움직이느냐에 따라 정도가 달라지는데 특히 목을 앞으로 숙일 때 신경이 크게 압박을 받아 가장 심하게 저린다"고 설명했다. 흔하진 않지만 오랫동안 잘못된 자세를 해온 탓에 목과 어깨, 허리 근육이 심하게 뭉쳐도 손저림이 나타날 수 있다.
혼자서 잘 못 일어나면
걸레질이나 밥상 식사, 온돌방 이부자리 등 부모님 세대의 생활은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는 방식이다. 쪼그려 앉을 때 무릎관절이 받는 압력은 몸무게의 7, 8배에 달한다. 하루에도 수천 번씩 사용하는 무릎관절에 무리가 갈수록 노화는 당연히 빨라진다. 부모님이 앉았다 일어날 때 주위 사물을 짚고 의지하는 경우가 잦고, 평소 무릎 주위를 자꾸 주무른다면 무릎 연골이 닳아지는 관절염 초기를 의심해볼 수 있다.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면
관절염이 중기까지 진행되면 움직임에도 변화가 온다. 오래 걷기 불편해하고 자주 쉴 곳을 찾으며, 걷는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진다. 앉을 때 무릎 주위에서 두두둑 하는 소리가 나면서 통증이 생긴다. 심하면 진통제도 자주 찾게 되고, 아파서 밤에 깊이 잠들기도 쉽지 않다.
걸음걸이가 달라졌다면
맨눈으로 봐도 부모님 걸음걸이가 이상하거나 다리 모양이 휘어진 정도면 관절염 말기로 짐작할 수 있다. 관절염 말기는 뼈를 지지해주고 받쳐줘야 할 무릎 속 연골이 상당 부분 손실돼 다리가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다. 걸을 때마다 관절과 관절이 닿아 부딪치면서 심하게 아프다.
오래 앉아 있기 힘들어하면
부모님이 장시간 앉아 있지 못하면 허리디스크나 고관절질환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고관절은 골반과 허벅지뼈를 잇는 엉덩이관절로 하반신이 움직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절전문 웰튼병원 송상호 원장은 "특히 양반다리를 했을 때 통증이 심하고 계단을 오르는 등의 작은 자극에도 엉덩이나 사타구니 쪽이 아파 뒤뚱거린다면 우선 고관절질환인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걸으면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를 약간 구부려 상체를 든 채 오리걸음을 걷는 건 허리를 똑바로 펴면 아프기 때문이다. 유독 서거나 걸을 때 허리가 아프거나 엉덩이와 다리 전체가 함께 아프면 뼈나 인대가 척추신경을 누르는 척추관협착증일 수 있다. 송 원장은 "허리가 아프면 대부분 디스크를 생각하지만, 디스크는 척추관협착증과 달리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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