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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서울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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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서울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

입력
2012.01.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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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시의회에 두발·복장 전면 자율화, 동성애와 임신·출산 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서울학생인권조례'의 재의(再議)를 요구해 논란이다. 구속된 곽노현 교육감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이대영 부교육감이 "상위법과 충돌한다"는 등의 이유로 내린 전격적인 결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교육청의 재의 요구에 따라 폐회 중인 시의회 임시회가 열리는 2월 중순께 재의가 안건으로 부쳐질 전망이다. '재적 과반수 출석과 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조례로 확정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자동 폐기된다. 재의가 받아들여지면 학생인권조례 새학기 시행은 불가능해진다.

보수 성향의 교원·학부모 단체들은 환영하고 있다. 허종렬 서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체벌 전면 금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등의 조항은 상위법인 헌법, 교육기본법 등과 부딪치는 측면이 많다"며 "학생 인권 보장은 조례 제정이 아니라 다른 대안들에서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누리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활동가는 "조례가 담고 있는 내용들은 국제사회 및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계속 개선을 요구했던 것들"이라며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도 환영한 학생인권조례 제정 결정을 단 49일 만에 뒤집는 건 시민들과 시의회의 뜻을 부정한 반인권적, 반민주적 독단"이라고 지적했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주요 내용

▦학생은 체벌, 따돌림, 집단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제6조)

▦학생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상황, 인종,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제6조)

▦학생은 복장, 두발등용모에 있어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갖는다. 다만 복장은 학교규칙으로 제한할수있다(제12조)

조례 재의 논란 주요 일지 - ▦2011년 9월-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 초안 발표 ▦2011년 9월-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조례 주민발의안 시의회 제출 ▦2011년 12월 -학생인권조례(교육위 수정동의안) 시의회 통과 ▦2012년 1월 9일-시교육청, 시의회에 조례 재의 요구

송옥진기자 click@hk.co.kr

● 반대

지난 9일, 서울시교육감의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이대영 부교육감은 서울시의회가 제정한 서울시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재의 요구는 서울시민 10만 여명이 참여한 주민발의를 거쳐 시의회가 숙고 끝에 탄생시켰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이다. 더불어 폭력과 차별 없는 학교, 민주주의와 인권이 살아 숨 쉬는 학교로의 변화를 열망하고 그 가치를 지지한 시민들과 시의회의 뜻을 부정한 반인권적, 반민주적인 독단이다.

시의원들 앞에서 조례제정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약속을 단 49일 만에 뒤집으면서까지 재의요구를 강행한 이 부교육감이 내세운 이유는 상위법과의 충돌 가능성, 두발 자유 및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금지 등 내용에 대한 우려 등이었다. 하지만 이유들은 하나하나 그 논리 자체가 부족했다.

우선 조례가 상위법과 충돌한다는 주장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초중등교육기본법은 학생의 인권보장을 약속하고 있다. 조례는 그에 따라 학생인권 보장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학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돌가능성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교육청 자체의 법률 검토 결과에서도 조례가 상위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두발자유 및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 금지 등의 내용에 대한 우려 역시 근거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조례가 담고 있는 내용들은 국제사회 및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계속 개선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는 시교육청 산하 조례제정자문위원회에서 작성한 초안에서도 보장된 내용이었다. 또한 조례의 제정 과정 중에서도 교육청은 관련 내용에 대해 별다른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와서 우려를 언급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유의 근거조차 부족한 재의 결정을 이 부교육감이 강행한 것은 진보교육감과 대립각을 세우며 조례를 반대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정치적인 결정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부교육감의 정치적인 결정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학생 간 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의 발목을 잡았다.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 강화로만은 지금의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체벌 등 폭력으로 뒤덮인 학교에서 학생들이 폭력을 학습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폭력으로 뒤덮인 야만의 공간을 인권과 소통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바꿈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인권과 타인의 인권이 소중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은 폭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 중의 하나이다. 우리의 학교가 폭력이 아닌 인권과 평화의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이 부교육감의 정치적인 선택으로 놓치게 된 것은 우리 교육에 있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 부교육감이 자신을 민주사회를 살고 있는 교육자라고 아직 생각하고 있다면, 정치적인 논리로 반교육적, 반인권적, 반민주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길 바란다. 특히 이 부교육감은 조례제정을 통한 학생인권 보장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노력을 거부하고 방기하면서 직무유기를 자행했다. 또한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를 비운 교육감의 뜻을 받들어야 하는 권한대행으로서의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망각한 채 재의 요구를 함으로써 권한남용을 저질렀다. 나아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도 환영한 학생인권조례제정을 거부해 국제적인 망신까지 가져왔다. 이 부교육감은 조례 재의의 철회는 물론 사퇴를 통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조례의 재의요구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자신의 인권을 보장받을 것이라 기대했던 학생들의 존엄성이 또다시 모욕당했다는 것이다. 이 부교육감과 학생인권을 앞장 서 거부해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일군의 보수성향의 교육단체들은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성인처럼 소중한 인격적 존재인 학생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그들이 1970~80년대 인권을 짓밟은 군사독재시절의 사고 속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것이 걱정이 되면서도,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수치스러울 따름이다.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인권 역시 존중 받을 수 없다'는 상식을 충고한다.

전누리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활동가

● 찬성

서울시교육청은 9일 학생인권조례안(이하 '조례')에 대해서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한 이유는 지방자치법 제107조가 적시한 사유처럼 조례가 상위법이 부여한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하는 등 법령에 위반해 월권을 하였으며,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조례가 '인권옹호관제'나 '학생인권위원회 설치'를 강제함으로써 교육감에게 부여된 상위법상의 인사권을 침해하고 있는 점, 사실상 체벌을 일절 금지함으로써 학교와 교사에게 부여되어 있는 헌법 등의 교육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는 점, 성적 지향 등을 거론함으로써 학생들의 그릇된 성 인식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또 집회의 자유를 인정함으로써 특정 이념에 의해 학생들의 집회시위가 주도될 경우 학교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는 점 역시 재의 사유로 꼽힌다.

필자는 교육청의 이러한 지적에 동의하며, 이에 더해 조례가 범하고 있는 상위법 위반의 문제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적시하고자 한다.

첫째, 헌법과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및 동법 시행령은 학교와 교사들의 교육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해 자신의 신체나 도구를 사용한 직접 체벌이 아닌 한, 간접체벌을 포함한 훈육 방법을 교사들의 스스로의 전문적인 판단 하에 자율적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조례는 이것을 사실상 전면 부정하고 있다.

둘째, 조례는 서울시교육청 공청회에서 발표한 시안에서도 논란 끝에 제외되었던 성(性)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합의되지 않는 동성애를 사실상 합법화하려는 것으로써, '건전한 성 의식 함양'이라 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학생들에게 성에 대한 '선량한 정서'를 함양시키도록 한 교육기본법의 취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조례는 특히 학생의 종교의 자유와 관련해 경기도와 광주시의 유사 조례가 일반적이고 포괄적으로 간단히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5개 항과 다수의 세목에 걸쳐서 종립(宗立) 사학의 종교교육의 구체적인 활동을 겨냥, 철저한 규제를 가하고 있음을 본다.

필자는 조례가 특히 평준화 체제 하에서 종립 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의 자유를 제한하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례의 이같은 과도한 규제는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춰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한다고 하는 사립학교법상의 대원칙과 상반된다. 평준화 하에서라도 가급적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립학교를 지원·육성하되, '사립학교의 다양하고 특성 있는 설립목적이 존중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교육기본법 제25조의 사립학교의 육성 원칙에도 반한다 할 것이다.

필자는 위에 소개한 교육청의 재의 요청과 필자의 지적을 수용해 서울시 의회가 학생인권조례가 가진 전면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차제에 문제의 해법을 조례가 아닌 다른 대안들에서 찾는 노력을 해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조례를 포함한 모든 법령들이 규율하는 법 관계는 자연법의 원리와 실사회에서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조리(條理)에 부합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조례를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와 교사를 상대로 해 권리투쟁을 하도록 하는 것은 양측의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해서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교육의 원리에 근본적으로 반한다.

교사들에게는 학생 인권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되, 그것은 이러한 조례로 할 것이 아니라 교대와 사대 교육과정을 통한 직업교육의 방법으로 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지금 그들이 신음하는 것이 교사들의 인권 침해 때문이 아니라 동료 학생들로부터의 그것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해 학생 상호간 인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행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거기에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 한국법과인권교육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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