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ㆍ12사태 당시 신군부의 군사반란에 맞섰다가 고초를 겪었던 장태완(1931~2010)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부인이 17일 투신자살했다. 장 전 사령관의 가족들이 대부분 비극적인 죽음을 맞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7일 오전 9시15분쯤 장 전 사령관의 부인 이모(78)씨가 서울 강남구 W아파트 1층 화단에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집에서 발견된 이씨의 유서에는 “미안하고 고마웠다. 오래 오래 살아라”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유서가 발견됐고, 이씨가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주변 진술에 따라 이 아파트 10층 자택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부터 암 투병을 했던 장 전 사령관이 2010년 7월 숨진 뒤 이씨는 가정부와 둘이 지내면서 병원에 입원하는 등 심한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사령관은 1979년 12월12일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하다 체포돼 보안사 서빙고분실에서 두 달간 조사를 받았고, 이후 육군 소장에서 이등병으로 강등돼 강제 예편 당했다. 12ㆍ12사태 당시 장 전 사령관은 신군부에 전화를 걸어 “야! 이 반란군 놈의 XX들아. 너희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지금 전차를 몰고 가서 네놈들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라고 소리친 일화가 드라마 등으로 알려지면서 참군인의 표상이 되기도 했다. 그는 1994년 최초로 자유경선에 의해 재향군인회장에 당선됐고,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장 전 사령관의 아버지는 12ㆍ12사태 후 TV 등을 통해 보안사로 끌려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곡기를 끊었고, 매일 막걸리만 마시다가 1980년 4월 세상을 떠났다.
1982년 서울대 자연대에 수석 입학할 정도로 수재였던 장 전 사령관의 아들은 장 전 사령관이 강제 예편 당한 직후인 그 해 4월 인동 장씨 재실 근처인 경북 칠곡군 낙동강변에서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됐다. 장 전 사령관 부인마저 세상을 떠나, 이제 그의 직계 가족은 딸 한 명만 남았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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