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후 한 달이 지났다. 김정은의 3대 세습체제는 예상보다 신속하게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그는 새해 첫날 금수산기념궁전 참배, 류경수 제105 탱크사단 방문에 이어 평양시 건설현장을 찾았다. 15일에는 북송 비전향 장기수 리세균에게 90회 생일상을 보냈다. 김정일 식 인덕정치다. 북 매체가 그에게 붙이는 칭호는'조선인민군 최고 사령관이시며 우리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 영도자이신 김정은 동지'. 외관상 그는 아버지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 미국의 AP통신이 16일 평양에 종합지국을 개설했다. 이 역시 김정은 체제의 조기 안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김병호 사장과 AP의 토머스 컬리 사장은 지난해 6월 뉴욕에서 올해 초 AP평양종합지국을 개설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정일 사망 충격에도'미제 원쑤'유력 언론의 취재 및 사진기자를 평양에 상주시키는 종합지국을 예정대로 설치한 것은 외부에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
■ 그제 평양 조선중앙통신 빌딩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컬리 AP사장은 "자유롭고 공정한 보도원칙 하에 북한 주민들의 말과 행동을 정확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 김 사장은 AP통신의 '공정하고 균형 있고 정확한 보도'를 강조했다. 그 말대로 AP가 평양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세계에 알린다면 획기적인 일이다. 평양지국엔 북한 국적의 취재기자와 사진기자가 상주하며 AP서울지국장과 아시아 사진부장이 수시로 평양을 방문해 기자 훈련 등을 돕는다고 한다.
■ AP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처럼 취재하고 보도하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외국 기자의 취재 대상과 지역을 엄격하게 통제해온 북한 당국의 방침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AP평양종합지국 설치로 북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한층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 현재 평양에는 중국 신화통신과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이 진출해 있고, 로이터와 일본 교도통신도 교두보를 설치한 상태다. 한반도 관련 주요국 중 가장 먼저 들어가야 할 우리 언론만 빠진 셈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