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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두리춤터 'Untit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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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두리춤터 'Untitled'

입력
2012.01.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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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인식하는 것은 객석의 시선이다. 아니, 그에 앞서 비디오 카메라의 렌즈일지 모른다. 카메라의 시선이 추가됨으로써 두리춤터의 'Untitled'는 우리 시대 무대 예술이 맞닥뜨린 현장성 혹은 동시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내부 공사 중인 공간을 공연장으로 택함으로써 극장이 갖는 관습성을 탈피했다.

우선 남자가 나와 "그녀가 너무 보고 싶다.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꿈에로의 여행, 즉 렌즈가 그린 꿈속의 세계가 실제 무대에서는 그렇게 한 공간에 혼재하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대안 공간으로서의 꿈이 곧 무대의 상황이라는 룰을 제시한 셈이다.

5명(남자 둘, 여자 셋)의 무용수는 이루지 못한 사랑의 정황을 몸으로 제시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철저히 부정되는 공간 속의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남자가 여자를 끌어와 안고 추는 왈츠 음악은 몽환적이다 못해 암울하기까지 하다. 스페인 화가 미로의 왜곡된 시공이 무대로 현현한 듯하다.

여기에 전자적 음향과 영상이 두 겹 세 겹으로 몸을 불려간다. 단절된 채 자기만의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은 실제 공간에도, 벽면에 투영되는 동영상에도 존재한다. 이따금씩 전자 굉음이 비수처럼 틈입하면서 모든 관계는 파국을 맞는 상황이 반복된다.

공사중인 공간은 전통적 극장 개념을 급진적으로 와해시킨다. 벽면이 철거돼 3층까지의 계단이 그대로 드러난 공간은 상황의 진행에 따라 살아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조명의 유무에 따라 공간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지금 이 곳은 가상의 세계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킨다.

사람들은 단절과 고립에 괴로워한다. 꿈에서도 관계의 회복을 바란다. 그러나 실제로는 관계를 맺을 용기가 없다. 여자는 유리창을 두드리며 "아무도 없어요?"라며 외치기만 하고, 불꽃놀이 세리머니를 하며 생일 축가를 부르는 남자를 아무도 눈 여겨 보지 않는다. 또 한 남자는 "만남, 첫 느낌, 떨림, 약속, 냉소, 싸움, 화해, 사랑, 기다림, 아픔…"이라며 뇌까려 보지만 메아리가 없다.

무대 상황은 현실과 비현실이 길항하며 실재라는 것의 의미를 따져 든다. 남자들은 정지한 여자들을 마네킨처럼 이리저리 옮겨 보지만 여자들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굳어 있다. 여인을 안고 왈츠를 춰보지만 단절을 새삼 확인할 뿐이다. 마지막 박수를 치는 객석의 모습을 두루 비추는 렌즈의 시선은 영상 쪽으로 무게를 싣는 듯하다.

지난해 10월 초연에 이어 12월 재공연된 이 작품은 가상과 실재, 즉흥 연기의 가능성 등 논쟁적 테마를 던졌다. 연출가 노정식은 장기 공연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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