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이 그 동안 계열사 간에 일감 몰아주기 업종으로 꼽혔던 시스템통합(SI) 광고 건설 물류 등을 중소기업에 개방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30대 그룹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강유식 LG 부회장, 김영태 SK㈜ 사장 등은 16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4개 업종의 개방을 골자로 한 자율 공생발전 계획을 제시했다. 4대 그룹은 해당 업종의 경쟁 입찰 등을 관리 감독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 투명성을 높일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필요하면 모니터링을 해서라도 실질적 혜택이 조속히 나타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30대 그룹으로 경쟁입찰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4대 그룹은 2분기부터 SI, 광고, 건설, 물류 등 4개 업종에 대해서는 신규계약 시 소속계열사가 아닌 외부 중소업체들이 경쟁입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반기부터는 비상장 계열사들의 사업에도 중소기업들이 참여하도록 확대할 방침이다.
예컨대 광고는 그 동안 계열 광고사들이 독점했으나 각종 행사, 홍보물 제작, 매장 광고 등 일부는 중소업체들이 맡게 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 광고 등은 아예 중소기업에 맡기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며 "완전 경쟁 방식을 통해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공장 및 연구개발 시설, 통신설비 등을 제외한 건설 사업에도 경쟁입찰 방식이 도입된다. SI의 경우 보안이나 내부자료관리 등 민감한 분야는 계속 계열사 위주로 발주할 계획이다.
그 동안 대기업들은 그룹 내에서 발주되는 주요 전산 광고 건설 운송 등 물량을 경쟁입찰이나 중소기업 참여 없이 계열사에 몰아줌으로써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대기업의 내부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소속 광고 SI 물류 관련 20개 계열사들은 총 12조9,000억원 매출 가운데 71%인 9조2,000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절반만 개방해도 중소기업에게 4조6,000억원의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4대 그룹이 중소기업에 입찰을 개방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형식적 개방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중소기업 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실천과 감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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