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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면산 산사태 원인과 복구내용 공개토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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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면산 산사태 원인과 복구내용 공개토론해야

입력
2012.01.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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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27일 발생한 서울 우면산 산사태는 18명 사망, 50명 부상, 수 천 억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원인조사단을 구성해 활동한 결과를 갖고 같은해 9월15일'폭우로 배수로가 막힌 자연재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두달 여 뒤 같은 내용으로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최종보고서는 하루에 230mm의 비가 쏟아진 강우량 자료와 실제로 산사태가 발생한 사진들을 보여준게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비가 많이 왔고, 그래서 산사태가 발생했다는 현상만 말해주고 있다. 모든 언론에서 '천재'라고 보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런데 보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지층이 어떤 상황이었고, 산사태 방지 대책은 무엇이 있었고, 공군부대와 산책로 등의 개발 시설들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이런 여건에서 비가 230mm까지 계속되면서 산 상부의 지층이 어떻게 약해져서 산사태가 발생했는지(또 비가 더 많은 작년 250mm에서는 왜 안 무너졌는지), 토사가 내려오면서 중간에 산사태 억제대책이 있었다면 산사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는지 등을 다각적으로 공학적 측면에서 검토했어야 하는데 모두 빠져있다.

특히 재작년 9월 우면산 대규모 산사태 발생 후 서울시 산사태 방지대책은 충분했는지도 따졌어야 했다. 인재적인 중요한 내용은 빼고 천재적인 내용만 서술하니 천재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니 국내 전문학회 이름으로 원인보고서가 나왔더라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고서라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지난해 9월30일 언론인터뷰에서 조사단장이 "서울시가 산사태 방지대책을 소홀히 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보고서와 전혀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란 말인가.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한 큰 국민적 관심사이므로 당연히 공개토론을 통해 진실을 밝혀 재조사여부를 결정해야 하는게 맞다.

최종 복구설계도도 없이 작년 8월초부터 12월말까지 복구공사는 33%나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21일 소방방재청의 복구설계 심사 결과, 내용이 너무 허술해서 전면적으로 재심사를 다시 해야 할 지경이 됐다. 또한 원인조사보고서의 중요내용과 다르게 설계돼 있어서 복구 후에도 안전성이 의심스럽다. 이번에 무너진 것을 복구하는 수준이지 내년 이후에 발생할 산사태를 예측해서 미리 대비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앞으로 발생할 산사태는 거의 무방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원인조사가 제대로 안됐기 때문에 향후 대책도 파행일 수 밖에 없다.

서울시는 사정이 이런데도 원인조사단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개토론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조사 보고서가 왜곡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의 위신추락, 학회와 관련 공무원 처벌, 피해주민의 소송에 따른 막대한 배상 등을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닌가. 다시 여름이 다가오므로 더 이상 주저할 시간도 없다. 일을 풀기 어려울 때는 정공법을 택해야 후회가 적은 법이다. 만약 사회적 파장을 두려워해 진실이 이대로 묻힌다면 모든 것이 왜곡된 채로 남는다. 앞으로 대규모 산사태 피해는 불보듯 뻔한 이치다.

우면산 산사태 사망자 유족들과 많은 국민은 서울시의 결단을 지켜보고 있다. 나는 우면산 산사태가 났을 때부터 "국내 산사태는 천재로 결론이 나는 것이 관행"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외국 전문가들에게 원인조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이런 주장을 한 이유를 국민들은 이해할 것이다. 불합리한 고리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국제학회 공동 산사태 기술위원회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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