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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펠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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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펠리칸

입력
2012.01.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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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데스노스

조나단 선장은,

열여덟 살이 되던 해 어느 날,

극동의 한 섬에서

펠리칸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조나단의 펠리칸은,

그날 아침, 눈부시게 하얀 알 한 개를 낳았는데

거기서 놀라울 정도로 어미를 닮은

펠리칸 한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두 번째 펠리칸이

또다시, 아주 하얀 알 한 개를 낳았고

거기서 부화된 또 다른 펠리칸이,

숙명처럼 그 일을 되풀이했습니다.

아주 오래도록 이 일은 계속될 수 있을 겁니다.

미리 오믈렛을 만들어 먹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 열여덟 살 무렵 어떤 꿈을 가지고 계셨어요? 생각해보니 저는 고3 교실에서 멍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몽상하던 시절이었네요. 어느 날 종례시간에 담임선생님이 장래희망을 적어내라고 하셨죠. 저는 '시인'이라고 적었어요. 다음날 선생님은 수심에 찬 얼굴로 말씀하셨어요. "하나같이 S대 의예과, Y대 전자공학과… 이렇게 썼더구나. 얘들아, 지원 희망학과 말고 장래희망을 쓰란 말이다." 늘 자상하셨던 선생님. 제 대답에도 걱정이 크셨던 듯, 나중에 제 생활기록부를 보니 '국어교사'라고 정성스레 적어놓으셨어요. 그렇지만 선생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열여덟 살의 조나단들은 각자의 펠리칸을 잘 보살폈을 테니까요. 하얀 알을 낳고 또 부화하고, 또 하얀 알을 낳고. 이 조급증의 사회에서 미리 오믈렛을 만들어 먹어 치우지 않고 꿈을 키워가는 법을 선생님께서 알려주셨어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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