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유람선 좌초 사고의 사망자가 6명으로 늘었다. 희생자 중에는 자식, 손자 등과 가족여행에 나섰다 혼자 목숨을 잃은 노인도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선장의 판단 착오
유람선 운영사인 코스타 코르시에레는 15일 "프란체스코 스케티 선장의 판단 착오가 있었다"고 밝혔다. 유람선은 13일 사고 당시 질리오섬 해안선에서 불과 15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운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NSA통신은 선장이 14일 0시 30분쯤 탈출했는데 승객 대피는 오전 6시쯤 끝났다며 선장이 먼저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승객 모니크 마우렉은 "사고 전 선장이 여성 한 명과 저녁 내내 바에서 술 마시던 모습을 봤다"고 선데이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선장이 질리오섬에 있는 항해사 친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배를 무리하게 이끌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텔레그래프는 선장이, 기적소리를 내며 섬 주민에게 인사하는 전통에 따라 이날도 배를 섬 가까이 몰고 갔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대형화가 안전 위협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유람선의 대형화 등이 위험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전문선원조합 노틸러스인터내셔널의 앤드류 리닝턴 공보담당관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유람선을 대형화한 결과 배의 높이는 높아졌으나 물에 잠기는 부분은 그만큼 깊어지지 않아 전복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좌초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수면에서부터 높이가 30.48m에 달하지만 물에 잠긴 깊이는 7.86m에 불과해 방향 전환이 쉽지 않다.
구명정을 내려 탈출하는 방식으로는 신속한 대피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선박은 옆으로 기우는 바람에 대당 100명이 승선할 수 있는 구명정 15대를 바다에 내리지 못했다. 한 전문가는 "세계 최대 규모 유람선인 오아시스오브더시즈는 최대승선 인원이 9,400명"이라며 "신속하게 탈출하려면 탈출 캡슐이나 자유낙하 구명정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30시간 만에 구조된 한인 부부
30시간 만에 구조된 한국인 부부 한기덕, 정혜진씨는 "저녁 식사 후 잠이 든 뒤 깨어보니 배가 기울어져 있었다"며 "목이 쉬도록 소리 지르고 호루라기를 불며 구조를 기다렸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정씨는 "캄캄해진 객실에서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고 밤과 낮을 구별했다"며 "오래 버텨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쿠키 한두 조각과 물 두 모금만 마셨다"고 밝혔다. 한씨는 "물이 더 이상 차오르지 않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며 "빠져나가면 배려하면서 잘 살자는 말로 서로를 격려했다"고 회상했다. 경기도의 중고교에서 각각 물리와 수학을 가르치는 두 사람은 7일 결혼해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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