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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모범 장서가' 뽑힌 김삼웅 前 독립기념관장 "책 없는 왕궁보다 책이 있는 누옥 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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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모범 장서가' 뽑힌 김삼웅 前 독립기념관장 "책 없는 왕궁보다 책이 있는 누옥 택할 것"

입력
2012.01.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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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 들어서자 벽면 빼곡히 찬 책들이 먼저 반기는 듯 했다. 책들에게 방 하나를 내어 주고도 집안 곳곳에 쌓아놓은 책들만 수십 무더기. 책 주인은 "그래도 어떤 책이 어디에 있는 줄은 대략 안다"며 종종 화제에 오른 책을 찾아 뽑아 들었다.

'2011 모범 장서가'로 선정돼 최근 대한출판문화협회장상을 받은 김삼웅(68) 전 독립기념관장의 경기 남양주 아파트는 그런 모습이었다. "부엌과 화장실만 빼고는 모두 서재"라는 그의 표현이 딱 들어 맞았다.

소장한 책들은 2만370권 정도 된다고 했다. 단행본과 전집만 합친 숫자다.

김씨는 "주간지, 월간지, 계간지 같은 잡지까지 합하면 3만여 권은 될 것"이라고 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서적이 대부분이다. 20대 때부터 점심 값과 교통비를 아껴 꼬박꼬박 책을 사 모은 게 벌써 40년. 지금도 일주일에 이틀은 서점에 간다. 주로 찾는 곳은 대형 서점이 아닌 서울 시내의 헌책방들이다. 수집 방식이 유별나다. 이를테면 '중립화'라는 주제를 하나 정한 뒤 헌책방을 돌며 관련 서적들을 구입하는 식이다.

발품 팔아 차곡차곡 모은 책들 중엔 시중에서 구하기 귀한 것들도 적지 않다, 정약용의 활판인쇄본, 신채호의 , 최남선의 , 박지원의 등 고서적 한 보따리가 방을 차지하고 있다. 희귀 자료도 많다. '독립운동가 박열이 일본 옥중에서 쓴 육필 노트', '1910년 6월의 대한매일신보', '1987년 10월 5일 민통련의 민주당 김대중 고문 김영삼 총재 초청 정책세미나 전문' 등. 모두 색이 누렇게 바랜 자료들이다. '작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방대한 자료실을 연상케 한다.

그는 지독하리만큼 책과 자료를 계속해서 수집하는 이유를 묻자 "원본의 가치와 기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국 박물관에 영국의 대헌장 '마그나카르타'나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원본이 보관돼 있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어요. 우리도 고서적이나 오래된 자료를 잘 보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도쿄에만 고서점이 수 백 개고 오히려 우리나라 관련 자료들을 더 많이 갖고 있어요. 그런 게 국력 아닐까요."

김씨는 "'정직한 기록자'로 불리면 만족한다"고 했다.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주필, 성균관대 교수를 거쳐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독립기념관장을 역임한 그는 60세 때부터 총 30명의 인물평전을 저술하는 것을 목표로 지금까지 신채호, 김구, 송건호, 김대중 등 근·현대사에 기록될만한 15명의 평전을 출간했다. "평전을 쓰기 위한 자료를 모으다 보니 책들이 더 늘었어요. 한 사람의 평전을 쓰려면 그 사람의 일대기뿐만 아니라 당시의 정치·사회·경제 상황과 국제 정세까지 다 살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서적을 많이 사게 됩니다."

현재 집필하고 있는 이승만 평전을 위해선 관련 서적만 200권정도 구입했을 만큼 자료 준비가 철저하다.

글을 쓸 때는 컴퓨터 워드 작업 대신 200자 원고지를 고집하고 있다. 그는 "비능률적인 것을 알고 있지만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책 없는 왕궁보다 책이 있는 누옥을 택하겠다는 신조는 죽을 때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남양주=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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