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해마다 전세계 국가를 상대로 인권보고서를 발표한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강한 톤으로 해당 정부에 개선을 촉구한다. 이란, 중국, 북한 등은 인권 상황이 열악해 매년 보고서에 이름을 올리는 단골 멤버다.
하지만 미국이 과연 이 나라들의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을까. 조너선 털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미국은 더 이상 자유민주주주의의 수호자가 될 수 없다"며 10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인권 경시 풍조는 2001년 9ㆍ11테러에서 파생된 것이지만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오히려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31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은 인권침해의 완결판이다.
국방수권법은 "미국 시민권자라도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로 의심되거나 테러에 연루돼 있다고 판단하면 살해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안와르 알올라키는 지난해 10월 이 규정에 의해 사살된 경우다. 해당 조항은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가 만든 것이나 오바마 정부는 한 술 더 떠 테러 용의자를 법적 절차 없이 무기한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범죄자를 일반법정에서 세울지, 아니면 군사재판을 받게 할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털리 교수는 "민간인을 별도의 군사재판에서 처벌하는 중국과 이집트의 관행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던 나라가 미국"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감시 기능도 더욱 확대됐다. 2001년 부시 전 대통령이 처음 명문화한 '애국법'은 금융거래 정보나 통화 감청 등에 한해 영장 없는 접근을 허용했지만 오바마 정부는 국가안보에 필요할 경우 기업 문서부터 도서관 검색 기록까지 샅샅이 훑을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의 비밀 정보를 다루는 해외정보감시법원(FISC)도 테러 연루 유무에 관계없이 일반인에 대한 도ㆍ감청이 훨씬 자유로워졌다.
이 밖에도 ▦비밀리에 취득한 증거를 재판 자료로 사용하거나 ▦테러 용의자의 국외 인도가 쉬워진 점 ▦감시를 대리하는 기업의 면책 특권을 강화한 점 등도 오바마 정부의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로 꼽힌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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