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드는 듯했던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주말 유로존 각국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한 게 기폭제가 됐다. 특히 대외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엔 오일쇼크를 일으킬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까지 겹쳐지면서 1분기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 신용등급 강등은 예견됐던 일이다. 전문가들은 재정통합 강화 등 정상들의 합의가 유로존의 장기 경쟁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재정위기를 해소할 근본적 대책은 되지 못한다고 평가해왔다. 따라서 현실적 위험은 어떤 식으로든 신용평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강등되고, 이탈리아 등급이 ‘A’에서 ‘BBB+’로 두 단계나 추락한 직후 개장된 뉴욕증시에 별다른 영향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번 조치가 충격적 변수는 아니라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단기 반응과는 별개로 위기 증폭 우려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금융계에선 유로존 내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최고 위험국들인 ‘PIGS’ 국가들이 3, 4월을 전후로 연간 물량의 30~40%에 이르는 대규모 국채만기를 맞는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지난해에 이미 10조원 이상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외국인 자금의 추가 자금 이탈로 인한 충격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환율 급변동 등에 따른 경제 요동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시장에 나돌고 있는 1분기 위기설은 아직 피상적인 수준이다. 유럽 재정위기의 증폭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가정한 오일쇼크, 중국 등의 수요 위축에 따른 수출 둔화 가능성이 얼기설기 엮어진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실적 변수만 감안해도 1분기 성장률이 0%, 또는 마이너스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만큼 위기 관리태세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로서는 무엇보다 환율과 유가 등 대외변수 관리에 유의하면서 불안심리를 조기에 차단하는 데 힘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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