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질 듯 이어지는 7,000여 개의 섬이 화려한 비경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섬나라 필리핀. 하지만 섬 곳곳의 의료 사각지대에서는 극심한 빈곤과 질병이 여전히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그 사각지대를 찾아 다니며 의료봉사활동을 펼치는 외과의사 박누가(53)씨의 삶을 KBS 1TV '인간극장'이 16일부터 5일간 조명한다.
박씨는 외과전공의 시절 참여했던 해외의료봉사 때 자신의 힘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음을 경험한 뒤부터 22년째 필리핀의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을 치료하고 있다. 1992년 초기 췌장암으로 수술을 받고, 2004년엔 위암 판정으로 두 차례나 또 수술을 받았다. 2009년에는 간경화에 당뇨병까지 겹쳐 남보다 자신의 건강을 더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개월 시한부 판정까지 받았지만 박씨는 기적처럼 오히려 점점 더 활기에 넘쳤다.
필리핀에 함께 첫 발을 디뎠지만 두 아들 양육 문제 때문에 홀로 한국으로 돌아온 아내는 이제 아무도 남편의 뜻을 꺾지 못한다는 걸 안다. 박씨는 사재를 털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이제 아예 작은 병원과 버스 한 대까지 갖추고 산 속의 험한 길까지 마다하지 않고 50여개 오지 마을로 직접 진료를 다닌다. 병원에 갈 차비조차 없던 사람들에게 그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됐다.
스스로 아파 보았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을 더욱 이해하고 도울 수 있게 됐다는 박씨의 바람은 하나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 필리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것이다. 인간극장 5부작 '아픈 만큼 사랑한다'는 의사로서 누릴 수 있는 부와 명예를 모두 포기하고 가난한 이들의 참다운 벗으로 살아가는 박씨의 삶을 고스란히 담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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