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녹화를 진행해온 지난 40년간 숲을 괴롭히는 병해충의 피해 양상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나무 증가와 기후변화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1960년대 국내 산림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힌 해충은 송충이(솔나방 애벌레)였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숲이 울창해지면서 나무에 사는 미생물이 늘었고, 이들이 송충이를 죽여 피해가 점점 줄었다. 대신 숲 속 습도가 높아져 습기를 좋아하는 솔잎혹파리가 많이 생겼다.
1990년대 후반부턴 소나무재선충병과 푸사리움가지마름병처럼 전에 없던 병충해 피해가 커졌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98년, 리기다소나무에만 발병하는 푸사리움가지마름병은 1996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기후변화 탓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김경희 산림병해충연구과장은 "푸사리움가지마름병은 일본 오키나와, 미국 캘리포니아 등 아열대성 기후에서 발생하는 병"이라며 "국내 기후가 아열대성 병이 증식할 정도로 변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엔 피목가지마름병의 발병이 잦아지고 있다. 나무껍질 바로 밑에서 나무의 성장을 조절하는 형성층에 핀 곰팡이가 영양분이 전달되는 것을 막는 병이다. 1990년대 이전에는 드문드문 발생했고, 병에 걸렸다 해도 나뭇가지 몇 개가 말라 죽는 데 그쳤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선 4년마다 발생하고 있다. 2007년에는 소나무 9만 그루가 이 병으로 죽었다. 김 과장은 "예년보다 가을이 건조하고, 겨울 기온이 높은 해에 피목가지마름병 피해가 컸다"며 "이상기후로 스트레스를 받은 나무가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뀔 걸로 예상되는 2100년쯤엔 병충해 피해 양상이 지금까지와는 또 달라질 전망이다. 기온이 높아져 활동이 더욱 왕성해지는 병해충이 늘 것이기 때문이다. 산림과학원이 소나무재선충을 실내에서 키워본 결과 기온이 25도일 땐 알에서 부화해 성충이 되기까지 5일 걸렸다. 28도에서는 4일로 짧아졌다. 기온이 높을수록 번식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외국에서 새로 들어올 병해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실제로 2008년 전국에 번진 꽃매미는 2006년 중국 남부와 동남아로부터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숲 전문가들은 2001년부터 5년간 캐나다에서 남한 면적의 1.5배인 소나무 숲을 황폐화한 나무좀(MPB)과 미국, 유럽 등지에서 극성인 참나무급살병(SOD)이 머지않아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천적이나 치료약 등 대처 방법을 확보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병해충은 대부분 특정 나무에만 병을 옮기기 때문에 숲을 다양한 나무가 살게 가꿔야 한다"며 "수종이 많지 않은 단순림은 방화벽 역할을 하는 나무가 없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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