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등을 통해 농민들에게 공급되는 화학비료 입찰에서 국내 13개 대형 비료업체가 16년 동안 입찰가격 및 물량을 담합해 1조6,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오다 적발됐다. 지난해 국내 화학비료 시장규모(1조1,536억원)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이는 고스란히 농민 부담으로 전가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남해화학, 동부, 삼성정밀화학 등 13개 화학비료 업체가 1995년부터 작년까지 농협중앙회 및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의 화학비료 입찰에서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사실을 확인, 시정명령과 함께 총 8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남해화학(502억원)이 가장 많고 동부(170억원), 삼성정밀화학(48억원), 케이지케미칼(42억원), 풍농(36억원), 조비(18억원), 협화(10억원) 등 순이다. 특히 남해화학(점유율 42.4%), 동부(19.9%), 풍농(10.9%) 등 상위 7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9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업계 전체가 밀약에 가담한 셈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들은 매년 농협중앙회의 화학비료 입찰에서 품목별 낙찰물량을 배분하고 가격을 미리 짰다. 2004년 특정비료 입찰에서 남해화학과 동부는 합의물량 44만톤을 각각 66%, 34%로 나누기로 하고 가격을 합의했다. 연초조합이 발주한 최저가 낙찰방식의 입찰에서는 동부를 낙찰자로 정한 다음 물량을 점유율에 따라 배분하고 동부에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납품하는 수법을 썼다.
업체들의 이익은 고스란히 농민 피해로 이어졌다. 실제 2010년 6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이듬해 농협 입찰에서 낙찰가는 전년보다 21%나 낮아졌고, 이로 인해 농민 부담액은 1,022억원 감소했다. 담합이 없었다면 그만큼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화학비료 시장에 고착화된 담합 관행이 깨져 농민들의 비료가격 부담이 낮아지고 업계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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