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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명동 뒷골목으로 밀려난 양복점 김사장·사채업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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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명동 뒷골목으로 밀려난 양복점 김사장·사채업 이사장

입력
2012.01.14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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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서울 명동지점을 같은 건물에서 운영해온 A금융회사는 최근 영업점 이전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건물주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현재 17억원 전세로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데, 건물주 요구대로 계약을 다시 할 경우 보증금은 그대로 둔 채 매달 수천만원의 월세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 건물은 명동 중심로에 자리잡고 있어 다른 금융회사들이 호시탐탐 입점을 노리고 있다. 때문에 A금융사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난처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금 사정이 어렵던 1997년 외환위기 때도 명동에서 영업을 한다는 홍보효과 하나만 믿고 버텼다"며 "하지만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아 재계약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금 명동은 '대한민국 1등 상권'의 위용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입점 대기자들이 줄지어 기다릴 만큼 점포 구하기가 어렵다. 매년 발표되는 전국 표준 공시지가 1위부터 10위를 명동 일대 건물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2008년 경기 불황으로 일부 업체가 명동을 떠나기도 했지만, 최근 한류 붐에 힘입어 중국 일본 등 외국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해외 브랜드까지 가세해 매장 선점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명동 입점은 '하늘의 별 따기'

명동 상권은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앞 명동길과 중앙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에 형성돼 있다. 이 곳에 대부분 5층 미만인 600여개 건물이 밀집해 있다. 도심지역 고도제한에 묶여 6층 이상 고층 빌딩은 큰 도로와 접한 지역에만 있다. 명동의 강점은 주변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각종 시설들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패션업체가 몰려 있는 중앙길을 따라 눈스퀘어와 마주보는 곳에 롯데백화점과 롯데 영플라자가 있고, 남대문시장과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인접해 있다. 국민은행, 외환은행 등 금융기관이 밀집돼 있으며, 명동성당과 중국대사관, 화교학교 등 유서 깊은 명소도 자리잡고 있다.

상권 핵심인 중앙로에는 2005년 이후 전국 개별공시지가 부동의 1위 점포인 화장품업체'네이처 리퍼블릭'이 입점해 있다. 이 주변에는 대부분 200㎡가 넘는 대형 매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대개 보증금 30억원 이상에 월 임대료만 2억원을 호가한다. 중앙로 외의 매장 또한 1층 150㎡이상이면 보증금 3억~5억원, 임대료 3,000만~5,000만원, 그리고 수억원에 달하는 권리금까지 내야 입점이 가능하다. 최근 2~3년 동안 외국 패션업체, 스포츠 브랜드 등이 상점을 꿰차면서 빈 점포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하지만 관광객들에게 잘 노출되지 않는 뒷골목으로 접어들면 여전히 철물점, 양품점, 사채업 사무실 등이 허름한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명동에서 30년 이상 양복점을 운영했다는 김성태(68)씨는 "천문학적 임대료를 못 이겨 자영업자가 떠난 자리를 유명 브랜드 업체들이 차지하면서 과거 '남산에서 돌멩이 던지면 머리에 맞출 수 있었던 명동 김 사장'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대신 젊은 영업직원들로 가득 찼다"고 귀띔했다.

유동인구 150만명, 홍보효과에 수익성도 좋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동은 임대료가 지나치게 비싸 직접적인 영업수익보다는 홍보효과를 노려 점포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본사의 경우 하루 150만명에 달하는 명동 유동인구를 감안한 브랜드 홍보 효과와 고객들 반응, 유행동향 등을 점검해 신규상품의 성공 가능성을 살펴보는 '안테나 상점'의 역할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 최신 유행을 반영한 중저가 신상품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판매 수익까지 대박을 터뜨리는 상권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2007년 개장한 명동점의 경우 한달 평균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더니, 지난해 11월 명동중앙점을 추가 개장하면서 하루 매출로는 사상 최고인 13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패션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규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 매장을 열었다가 금방 빠졌는데, 요즘은 매출도 좋다 보니 높은 임대료에도 입점 대기자가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기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 브랜드를 쏟아내는데다, 이들 브랜드의 성공 여부를 명동에서 검증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점포 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눈스퀘어와 엠플라자 등 새로운 쇼핑몰이 등장하면서 명동은 패션 중심지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히고 있다"며 "다만, 유행에 민감한 패션과 화장품을 취급하는 업소들이 몰려들다 보니 장기 생존율이 썩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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