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가 있고, 쇼가 있고, 쇼핑이 있는 도시. 일년 열두 달 흥청거리는 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북적거리는 건 1월초다.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바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이 각자 비장의 카드(제품)를 들고 모이는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다. 'Peple(사람), Products(제품), Trend(흐름)'라는 CES의 모토 그대로 IT산업의 모든 것을 이곳에서 읽을 수 있다.
10~13일(현지시간) 열린 'CES 2012' 참여기업은 무려 2,700여개. 전시장 방문객만 14만 명에 달했다. 최첨단 기술의 제품들이 전시되는 만큼 워낙 볼거리도 많아, 유명기업 부스에는 IT관계자뿐 아니라 일반관광객들로도 항상 북새통을 이룬다.
CES의 또 하나 볼거리는 저명 CEO들의 기조연설. 올해는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CEO를 비롯해 폴 오텔리니(인텔), 폴 제이콥스(퀄컴), 우슐라 번스(제록스) 등이 연단에 섰으며 특히 디터 제체(다임러) 앨런 멀레이(포드) 등 자동차업체 CEO들까지 연설을 맡았다. 매년 CES를 방문한다는 한 IT업계 관계자는 "CES의 기조연설은 단순히 사업계획이나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다. IT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정보가 있고 예측이 있으며 동시에 CEO들의 철학이 있다"고 말했다.
CES의 역사는 이미 반세기에 육박한다. 미국 가전제품제조자협회(CEA)가 주축이 돼 1967년 제1회 대회가 개최됐는데, 국내 전시회로 시작됐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가세함으로써 1990년대부터는 국제 박람회로 자리잡게 됐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LG전자도 이젠 CES에서 단골이자 주인공 대접을 받고 있다.
CES는 기본적으로 상업적 행사다. 부스를 마련하려면 기업은 수백만 달러의 돈을 내야하고, 입장객들도 모든 행사를 보려면 최대 200달러짜리 표를 끊어야 한다. 주최측은 CES의 흥행을 위해 매년 더 화려하고, 더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기업들로선 CES가 기회이면서도 부담이다. 경쟁업체 제품과 그 자리에서 낱낱이 비교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항상 CES에 맞춰 최고의 제품, 최고의 기술을 선보이려고 한다. 몇 달전부터 전담팀이 꾸려지고 전시 자체도 하나의 빈틈이 없도록 수없이 리허설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기업이 CES를 찾는 건 아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창업자 시절부터 신제품을 자체 설명회를 통해 소개해온 전통을 갖고 있어, IT기업으론 드물게 CES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MS도 올해를 끝으로 더 이상 CES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MS는 빌 게이츠 창업자가 단골 기조연설자였을 만큼 CES의 주역 중 하나였는데, "제품개발 주기가 과거와 달라져서 더 이상 연초에 열리는 CES에선 보여줄 게 없다"는 이유였다.
CES가 워낙 뜨다 보니 도시 전체가 연초에는 CES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최고급 호텔이 많은 라스베이거스이지만 이맘때 행사장 주변에선 호텔잡기도 힘들고, 좋은 식당은 예약도 어렵다. 심지어 "콜걸들까지 라스베이거스로 몰려온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 어쨌든 단 나흘 동안 열리는 CES지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산업연관효과는 천문학적이며, 이를 통해 행사 기획 숙박 음식업 등 관련분야에서 막대한 부가가치와 고용이 창출되고 있다. 한국전시산업진흥회 관계자는 "CES는 이제 전시회를 넘어 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CES같은 행사를 갖고 있다는 건 IT기술발전 뿐 아니라 국가 및 지역경제에도 어마어마한 가치를 안겨준다"고 말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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