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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절전대책 한달… 어떻게 돼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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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절전대책 한달… 어떻게 돼가고 있나

입력
2012.01.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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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흥가 일대. 거리는 네온사인 조명을 켜놓지 않은 업소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불야성을 이뤘다. 입구 등에 총 3개의 네온사인 조명을 켜 놓은 노래방 주인 이모(42)씨는 "유흥가 중심거리에서 꺾어진 골목에 있어 네온사인을 켜 두지 않으면 손님이 찾아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 동계 절전 지침상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는 네온사인 조명을 켜면 안 되는 것을 아느냐'고 질문하자 이씨는 "내야 할 과태료보다 매출 손실이 더 크니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서울 명동에서도 두 개 이상의 네온사인 조명을 켜둔 업소가 태반이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7시 이후에는 네온사인 조명을 1개만 켤 수 있다. 업소 주인들은 "절전 대책 지침은 잘 알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다. 다른 가게가 네온사인 조명을 켜두면 우리도 생존 차원에서 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15일부터 서비스 업소와 중대형 건물을 대상으로 조명 난방 등의 절전 대책을 시행한 지 한 달이 다 됐지만 전력 소비 행태는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정부는 서비스 업소의 경우 전력 수요 피크타임인 오후 5∼7시 네온사인을 켜지 못하고 그 외 시간대에는 1개만 켜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또 공공기관 건물은 18도 이하, 민간 중대형 건물은 20도 이하로 실내온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서울 시내 중대형 빌딩과 상가 밀집지역을 확인한 결과 정부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는 곳은 거의 없었다.

같은 날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식품매장은 실내 온도가 19도였으나 3층은 21도, 8층은 22~23도로 기준치를 웃돌았다. 실내가 더운 데다 백화점 내 천장과 벽 조명이 빠짐 없이 켜져 있어 후끈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외투를 벗고 다니는 고객도 상당수였다.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지하 2층의 한 대형마트도 22도로 기준을 초과했다. 주부 이모(31)씨는 "쇼핑시설은 바깥만큼 춥지만 않으면 되는데 온도를 너무 높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도 기준을 안 지키긴 마찬가지였다. 우체국 무역센터지점은 입구를 열어놓고 있었는데도 실내온도가 20~21도를 오갔다. 하지만 이 지점 관계자는 "구청에서 한 번도 단속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주민센터도 민원인이 거의 없던 오후 2시에 측정했는데도 19~20도로 기준치를 웃돌았다. 주민센터 직원은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정확히 18도를 맞추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국내 전력의 35%를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소가 수시로 가동이 중단돼 전력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현장의 대처는 이처럼 엉망이었다. 절전대책 준수 여부를 단속해야 할 공무원들이 단속 전 미리 대상 시설에 연락을 주는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달과 이달 구청으로부터 다중이용시설 절전 대책 단속을 나간다는 연락을 미리 받아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실내온도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다양한 촌극도 빚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동계절전 대책의 일환으로 오후 5시가 되면 난방을 중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야근을 해야 하는 사무실 근무자들은 "추워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초구 다중복합시설의 한 관계자는 "고객이 늘어나 기준 온도를 넘어서면 정부 정책을 준수하기 위해 냉방기를 틀어서라도 지켜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사무실 온도가 내려가자 개인 전열기를 사용하는 직장인들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전열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전력 소비량이 많아 정부의 규제가 역효과만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상업시설 전기료는 가정용과 달리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아 낭비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많다. 또 절전 지침 위반 과태료도 한 차례는 50만원, 최대 300만원이어서 효과가 적다는 분석도 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이성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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