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인 고명진(41)씨와 박 의장 측 인사가 차명폰을 이용해 수 차례 통화한 정황을 포착하고 통화내역을 분석하고 있다.
통화사실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로 등록된 차명폰을 사용했다면 유력한 증거인멸 정황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박 의장 측 인사가 지난 5일 수사 착수 직후 고씨와 수 차례 전화통화를 주고 받고 검찰 수사에 대비해 말 맞추기를 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서 통신내역 조회 영장을 발부받아 통화내역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씨는 물론 박 의장 측 인사도 차명폰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며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들이 왜 차명폰으로 통화를 했는지 경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전날 국회 사무처를 압수수색 해 고씨를 비롯한 박 의장 측 주요 인사의 이메일 기록을 확보한 데 이어 이날도 이들의 포털사이트 메일 서버를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전대 당시 박 의장 측 재정담당자 계좌와 캠프 공용계좌 등에 대한 자금 추적도 벌이고 있다.
검찰은 한나라당 전대 당시 당협 간부에게 돈 봉투를 돌리라고 지시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안병용(54) 은평갑 당협위원장에 대해 이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안 위원장은 2008년 전대 당시 여의도 박희태 후보 캠프 사무실 아래층 방에서 자신의 지역구 구의원 5명에게 현금 2,000만원을 건넨 뒤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50만원씩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안 위원장이 이틀간 조사에서 구의원들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전날까지 불러 조사한 구의원들이 안 위원장으로부터 돈 전달 지시와 함께 2,000만원을 받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함에 따라 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물은 안 위원장이 처음이다.
검찰은 보수단체 소속 이모씨 등 2명이 지난해 12월 열린 민주통합당 지도부 예비경선 과정에 금품 살포 의혹이 있다며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이날 고발인 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한나라당 돈 봉투 사건을 수사 중인 공안1부에 함께 배당하고 특수부와 공안2부 검사를 한 명씩 파견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혀 야당에 대한 검찰 수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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