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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대처 재조명한 영화 '철의 여인' 영국북부 극장선 파리 날린다는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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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대처 재조명한 영화 '철의 여인' 영국북부 극장선 파리 날린다는데…왜

입력
2012.01.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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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87) 전 영국 총리가 다시 조명 받고 있다.

대처의 삶과 정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영화 ‘철의 여인(The Iron Lady)’이 지난달 말 미국을 시작으로 올해 유럽에서 개봉되면서 대처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신자유주의를 금융위기와 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경제학자들이 많지만, 일부에서는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를 보면서 도리어 대처의 리더십을 그리워하고 있다.

여전한 논란거리인 그의 신자유주의 정책

대처는 영국 역사상 첫 여성총리이자 보수당의 첫 여성 당수다. 1979년 총리직에 오른 후 11년간 최장기 집권하며 만성적자와 저성장에 시달리던 ‘영국병’을 치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위해 공공분야의 민영화와 긴축재정, 노조해체, 공무원 임금 삭감 등을 특유의 뚝심과 강한 신념으로 밀어 부쳤다.

하지만 후유증도 컸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기조로 노조 와해를 시도하고 복지를 삭감한 것에 대한 비판이 특히 거세다.

1971년 교육부 장관 재직 당시 교육예산을 삭감하기 위해 7~11세 초등학생에게 무료로 제공되던 우유배급을 중단한 것이 그의 대표적인 복지삭감 정책이다. 이 때문에 대처의 철자를 빗대 그의 추락을 비꼰 ‘대처(THATCHER), 우유 도둑(milk snatcher)’라는 말까지 생겼다. 유력 언론에는 ‘가장 인기 없는 여성’에 선정됐다.

그의 노조 탄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은 취임 5년째인 1984년 일어난 광산노조 총파업에 대한 대응이다. 대처가 공공부문 개혁안을 밀어붙이며 북부지역 광산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구조조정하자 노조는 총파업으로 맞섰다. 대처는 공권력을 투입해 1년 만에 노조를 굴복시켰다. 당연히 북부지역에서 그의 인기는 추락했다.

영화로 영국 다시 남북 분열

퇴임한 지 20년도 더 된 대처 전 총리가 집권 당시처럼 영국을 다시 갈라 놓고 있다고 일간 데일리메일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화 ‘철의 여인’이 개봉하자 남부에선 수천명의 관객들이 표가 동이나 관람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반면 북부에선 극장이 텅텅 빌 정도로 시들하다. 북부지역 극장 앞에선 은퇴한 탄광 노동자들과 여성 노조원들이 반 대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전역 439개 극장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런던에서만 수입의 25% 이상을 올리고 있다. 반면 북부 요크셔와 스코틀랜드 등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11개에 불과하며 여기서 올린 수입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조들은 영화 속의 대처가 남성중심 문화에 용감하게 대처하고, 여성의 권익을 수호하는 지도자로 묘사돼 실상을 왜곡했다고 비판한다. 영국 볼소버 지역의 여성인권단체는 “영화 속 내용 중 진실은 하나도 없다”며 “대처는 일자리와 아이들의 미래, 공동체를 지키려는 여성 탄전 개발 근로자들을 공권력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대처 측근들도 불만이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영화가 대처의 치매 증상을 수 차례 묘사하면서 희화화했다고 비판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영화는 능력있는 총리보다는 나이 들고 치매로 고생하는 총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대처 전 총리가 살아있는 지금 꼭 상영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럽위기와 대처 리더십

유럽 지도자들이 재정위기에 대한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자 당시 영국병을 정면 돌파했던 대처의 강력한 리더십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철의 여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기고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대처의 경제 정책이 재조명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처는 국가 경제도 결국 가정경제와 동일한 원칙하에 운영된다는 소박한 논리를 제시했다. 정직하게 일해서 돈을 벌고, 번 것보다 더 많이 쓰면 안되며, 비 오는 날(긴급 상황)에 대비해 비상금을 마련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대처가 주도한 신자유주의가 규제를 없애고 무분별한 자유를 허용한 결과 금융위기가 일어났으며 최근의 재정위기 역시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을 금융기관에 투입한 것이 주요 이유라고 보고 있다.

1990년대 독일과 프랑스 주도의 유럽 통합에 대처가 반대했기 때문에 영국이 유로존 밖에 머물러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집권 당시 탈제조업을 추진하면서 금융과 석유산업을 뺀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려 결과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취약하게 했다는 비판도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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