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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올해의 문화 키워드는 '따뜻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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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올해의 문화 키워드는 '따뜻한 동행'

입력
2012.01.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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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새해가 밝아온지도 십여 일이 지났다. 새로운 희망과 기대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지만, 올해는 격변의 한 해가 될 것이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정쟁이 펼쳐질 것이다. 김정은의 등장으로 남북관계는 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우리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미국, 중국, 러시아에서 정치의 변화가 예상되며, 전 세계적으로 29개국이 대선을 치루게 된다. 세계의 금융시장과 국가재정 역시 불안정하다.

격변의 한 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기대하는 문화 키워드가 있다면, 그것은 '따뜻한 동행'이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동행이 아니라 파행의 길을 걸어왔다. 정치, 경제, 문화 영역에서 궤도를 벗어난 행보들이 두드러졌다. 국민들은 파행의 행보를 보면서 분노했다. 분노는 자격 없는 사람, 정당성 없는 사람이 무엇을 얻거나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 느끼는 특별한 종류의 화다. 대중은 부당함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고 정서적 허기를 경험한다.

새해가 왔다고 해서 이 같은 대중의 분노와 정서적 허기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사회구조의 틀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치나 경제 영역에서 변화가 시도되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껍데기만 바꾸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대중은 누가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동행의 비전을 제시하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고, 누구와 함께 동행할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권력은 대중을 유혹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난도 교수는 올해 우리 사회 저변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설득과 공감능력'을 꼽았다. 다른 언론에서는 공감과 현기증을 문화 키워드로 제시하기도 했다. 불확실성과 공감이라는 비슷한 전망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과 공감의 확장은 모순적이다. 확신을 갖지 못하는데 어떻게 공감을 넓힐 수 있다는 말인가. 뒤집어 말하면, 올해는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

힘겨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동행이며, 동행을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정의의 기저에 깔려있다. 올해 우리 사회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대답해야 한다. 지난해 대중이 정의란 무엇인지를 가지고 고민했다면, 올해 권력은 정의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공감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소수 문화게릴라들이 다양한 문화콘서트를 통해 공감을 확대해나갔다. 대중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공감에 화답했고, 약간의 정치적 변화도 이끌어냈다. 그러나 올해는 소수 문화게릴라가 아니라 제도권 내에서 공감 프로젝트가 구체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꼼수의 정치, 꼼수의 경제는 대중에게 더 큰 분노만을 초래할 뿐이다.

따뜻한 동행에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설득이 아니라 실행이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올수록 여러 집단들은 자신들과 동행을 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하게 바라보아야 할 것은 분배와 대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동행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의 동행은 누가 행복(좁은 의미로 복지)을 극대화하고, 대중이 누릴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며, 희생과 도덕에 개입하는 공동선을 추구하는가에 대한 판단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따뜻한 동행은 미덕을 공유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는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시장중심주의의 폐해를 경험해왔다. 여전히 경제성장의 원리와 공정한 시장의 원칙 아래서 경쟁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시장중심주의가 확장시킨 양극화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지난해는 씁쓸했다. 세대라는 외피로 계급양극화가 극명하게 표출되고, 정치와 권력에 대한 비웃음은 풍자와 폭로의 형식으로 대중의 호응을 받았다. 용의 해가 되었다고 해서 대중이 여의주를 품은 용의 승천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중의 기대는 소박하다. 험난한 길을 함께 갈 따뜻한 동행을 기대할 뿐이다.

주창윤 서울여대 방송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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