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라는 말은 적잖이 헷갈린다. 일반적으로는 영어의 '사유화(Privitization)'에 곧바로 대응해 쓰인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운영해온 기업이나 사업의 소유권을 주식공개 매각 등을 통해 민간에 이전하는 것이다. 소유권 이전의 결과 당연히 민간이 경영을 맡으니 민영화(民營化)라는 말뜻이 온전하다. 한편으로 넓은 의미로는 민간의 공공부문 경영참여나 사업부문 인수 등을 포함하기도 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흐름이 반영됐다.
■ 광의의 민영화 역사는 고대 로마나 중국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공화정은 세금 징수와 징집 등의 핵심 행정업무까지 민간에 맡겼고, 한(漢)ㆍ당(唐) 왕조는 가내 수공업을 민간에 '불하'했다. 현대적 의미에서는 1950년대 영국의 철강산업 민영화나 서독의 폴크스바겐 민영화(1961년) 등을 거쳐 1980년대 영미 양국 보수정권의 대대적 기간산업 민영화로 이어졌다. 이후 이론적 기반인 신자유주의 노선과 함께 민영화는 오랫동안 세계적 추세가 됐다.
■ 동서고금과 광협(廣狹)을 막론하고 민영화의 핵심 정당화 논리는 효율성, 그 반대편의 배제 논리는 관료주의의 병폐와 비용이었다. 누적 적자는 늘어나고, 경쟁력은 떨어지는 공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역대 정부의 각종 '공기업 선진화 방안'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경영 합리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라는 미시적 목표가 총수요 관리 등 거시목표와 자주 어긋나는 점이다. '구조조정'이 인원 정리의 동의어로 쓰이듯, 효율화 수단은 고용과 동반성장의 적이기 쉽다.
■ 목표 설정부터 아리송한 '민영화'라면 말할 것도 없다. 사실상 불발했지만 인천공항공사처럼 안 그래도 잘 나가는 공기업 지분을 매각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정부가 여전히 지배주주로서 '진성(眞性) 민간인'의 경영 참여를 배제하는 현실에서는 정부가 목돈을 챙긴 대가로 미래의 배당이익 일부를 민간에 나눠주는 데 불과하다. 정부의 고속철도 운영사업 분할 민영화 방침에서 '민간활력 도입'이라는 최소 목표의 진정성조차 확인할 수 없는 게 다 이런 현실 때문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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