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지는 것은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세돌답지 않은 기보는 남기고 싶지 않다."
23개월째 국내 랭킹 1위, 32연승 신화, 세계대회 15회 우승…. 불꽃의 승부사 이세돌 9단이 <판을 엎어라> 는 제목의 자전 에세이집을 펴냈다. 제목이 다소 도발적이다. 모두들 역시 이세돌답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잭 내용은 매우 부드럽다. 책제목은 지금까지 숱한 대국에서 특유의 흔들기 수법으로 좋지 않은 흐름을 기어이 뒤집고 끝내 승리를 이끌어낸 이세돌식 바둑을 말하는 함축적인 표현이라고 한다. 판을>
이 책에서 이세돌은 자신의 바둑 인생을 다섯 단계로 나누어 진솔한 어조로 기술하고 있다. 전남 신안의 작은 섬 비금도의 가난한 어촌에서 태어난 개구쟁이 소년이 세계바둑 일인자가 되기까지 숨은 이야기들을 본인의 육성으로 들려준다.
한 판의 승리가 전부인 줄 알았던 어린 시절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의 고뇌와 슬럼프 극복 과정, 바둑은 물론 자신이 알아야 모든 것을 가르쳐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아내와 딸에 대한 애틋한 사랑, 영원한 라이벌 구리와의 10번기에 대한 단상 등 그동안 마음 속 깊이 간직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인간 이세돌의 인생관과 가치관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그가 얼마나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지 알 수 없지만 책 제목의 의미처럼 판을 지배하며 자신 만의 바둑을 창조해 나간다면 그토록 바라던 명국에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도서출판 살림, 값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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