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사진) 하나금융 회장은 13일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의 사퇴와 관련, “김 사장의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순수하게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가 불발될 경우 김 사장의 복귀 가능성도 시사해 사퇴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사장의 사퇴는 외환은행 인수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대의에 따라 희생한 것”이라며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장애가 되지 않겠다는 게 김 사장의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 사장 퇴임 이후 제기됐던 후계구도를 둘러싼 갈등설, 금융당국 압박설 등 각종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김 회장은 “(김 사장의)사의를 내환이나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김 사장과 하나금융에 대한 매도”라며 “(권력 갈등은)하나금융의 문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미루는 금융당국에 대한 압박 카드라는 해석에 대해서도 “그의 사임은 감독기관을 압박하고자 내린 결정이 결코 아니며, 그가 사퇴한다고 인수가 촉진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내부 갈등설과 외압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의 사퇴 배경이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각에서 ‘금융당국이 김 회장의 사퇴를 바란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김 회장이 있는 한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주기 어렵다는 시그널을 어떤 식으로든 하나금융 측에 전달했을 것이고, 이 때문에 김 사장이 대신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김 회장이 이날 “만약 외환은행 인수가 안 된다면 김 사장이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금융당국 압력설에 대해 “여하튼 나로서는 갈 길이 있다. 금융당국을 이해한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또 “2월까지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나지 않으면 근본적인 장애가 있다”고도 했다. 그가 말한 ‘근본적인 장애’를 놓고 인수 포기 등의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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