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내년에 탄생 100주년을 맞는 소설가 김동리(1913~1995년)선생의 묘소 입구는 철문으로 굳게 잠겨 있다. 김 선생의 묘지를 알리는 표지석에는 플라스틱 물통만 나뒹굴고 있다.
'한국 현대문학의 거두'로 평가 받는 김동리 선생의 무덤이 쓸쓸히 방치되고 있다. 진입로에는 표지판도 없어 동네 사람들조차 이 곳이 김 선생 묘인지도 모를 정도다. 입구 철문은 늘 닫혀 있고, 표지석도 주차된 차들에 가려져 있다.
유가족이 묘지를 돌보고 있지만 김 선생의 묘가 위상에 걸맞지 않게 방치되고 있는 이유는 국가ㆍ지방문화재나 문화재자료로 지정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행 문화재관리법은 통상 형성된 지 50년 이상 된 것을 대상으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로 지정토록 하고 있다. 시도지사는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을 시도문화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지방문화재 또는 문화재자료로 지정할 수 있다. 이 때도 관례적으로 통상 조성된 지 50년을 기준으로 해 김 선생처럼 해방 전후 활약한 인물들의 묘는 문화재로 지정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김 선생의 묘가 시ㆍ군ㆍ구 조례로 지정 보호하는 '향토자료'로 조차도 지정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문화재 지정 심의는 통상 만들어진 지 50년 이상 된 것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김 선생 묘처럼 조성된 지 17년 정도 된 것은 대상이 되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시ㆍ군ㆍ구청장이 지정하는 향토자료는 심의 없이 지정 관리가 가능해 자료로 지정하면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동리기념사업회는 내년 김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벌일 계획이어서 지금이라도 김 선생 묘에 대한 지정 관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백시종 기념사업회 부회장은 "김 선생처럼 한국 현대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의 묘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내년 탄신 100주년을 앞두고 김 선생의 묘를 누구나 찾아가 참배하고 기념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선생의 차남인 김평우(67) 전 변협회장도 "선친의 묘를 국가나 지방정부가 나서 관리해준다면 더없이 고마울 것"이라면서 "자식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여러 사람을 위하는 길이라면 국가나 지방정부에 관리를 요구할 수 있을 지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본명이 시종인 김동리 선생은 1913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조선청년문학가협회 초대 회장, 문인협회 이사장, 예술원 회장을 역임했다. 김 선생은 <무녀도> <화랑의 후예> <황토기> <사반의 십자가> <등신불> 등 토속적 색채 속에 인본주의를 짙게 풀어낸 작품을 출간했다. 등신불> 사반의> 황토기> 화랑의> 무녀도>
글ㆍ사진=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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