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그제 온라인 소비자종합정보망 '스마트 컨슈머(www.smartconsumer.go.kr)를 열었다. 국민이 다양한 소비자 정보를 한 곳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핵심 콘텐츠인 '컨슈머 리포트'를 통해 가전부터 금융상품에 이르는 18개 상품군의 가격과 품질 비교 정보까지 제공키로 한 것이 눈에 띈다. 중앙 부처가 소비자에게 상품의 우열을 가릴 정보까지 제공하는 건 처음이 아닐까 싶다.
상품 광고와 홍보의 홍수 속에서 정작 소비자가 제대로 상품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정보는 의외로 빈약하다. 인터넷의 제품이용 후기는 '알바'로 왜곡되기 일쑤이고, 각급 소비자 단체는 시장과 기업에 맞설 힘이 부족한 현실이다. 언론도 광고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보니, 충분한 예산과 자원 동원력을 갖춘 정부가 상품 평가자로 나서는 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적잖은 문제점도 있는 게 사실이다. 당장 정부 역할의 모순 내지는 상충이 문제다. 정부는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의 정부이다. 기업활동을 촉진, 육성하는 것도 정부의 엄연한 역할이다. 이런 점에서 공정위가 장기적으로 특정 상품과 기업을 도태시키는 비교 정보를 흔들림 없이 제공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비스의 주체라면서도 콘텐츠 제작과 내용에 관한 책임은 모두 한국소비자원에 있다는 공정위의 묘한 입장도 이런 우려를 더하게 한다.
이번 서비스가 관련 예산과 인프라를 정부 안에 묶어 둠으로써 오히려 민간 소비자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서비스의 모델인 미국 의'컨슈머 리포트'가 확고한 신뢰를 얻은 건 그 콘텐츠가 70여 년에 걸친 민간 소비자운동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에서도 민간 차원의 유사 활동이 활성화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기왕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내실을 기하되, 장기적으론 민간이 소비자정보 제공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운영 방향을 재검토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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