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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긋지긋한 '정권심판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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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긋지긋한 '정권심판 프레임'

입력
2012.01.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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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실패했다. 민심은 떠나갔고, '정권심판 프레임'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시끄럽고 분주하다. 홍준표 대표 체제가 들어선 지 5개월 만에 재창당론이 불거지더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대로는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비대위는 사실상 이명박 정권 지우기에 나섰다. 철저하게 지울수록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하다. '정권심판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실패한 정권과의 '차별화'다. 최근 한나라당 비대위가 정강에서 '보수' 표현을 삭제하기로 방침을 정해 논란이 뜨겁다. 이는 차별화를 넘어 현 정권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권심판과 차별화는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다.

김영삼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진의 부작용과 측근 비리로 국민적 심판에 직면했고,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으로부터 탈당을 요구받았다. 여당이 '정권심판 프레임'을 피하고자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수습을 위해 미국과 국제통화기금이 요구한 신자유주의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그대로 수용하였는데, 이후 양극화에 측근비리까지 겹치자 또다시 '정권심판 프레임'이 작동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대세론이 견고한 상황에서 비주류 정치인 노무현이 등장, 파란을 일으키며 사실상 정권을 교체했다. 노무현 정부도 집권 4년을 채 넘기기 전부터 철저하게 국민적 심판을 받았고, 이는 530만 표 차이의 패배와 이명박 정부의 집권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 이명박 정부가 국민적 심판을 받고 있다.

이렇게 긴 세월에 걸쳐 정권심판을 반복하는 동안 우리네 살림살이는 나아졌는가? 아니다. 민생불안은 더 심해졌고,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런 '정권심판'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는가. 문제의 근원은 신자유주의에 있다. 김영삼 정부의 무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진으로 발생한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구조화되기 시작한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 경제사회체제가 지난 1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산층 비중은 95년 75.3%에서 2010년 67.5%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중산층 비중을 50%대 후반으로 본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우리 국민의 45%, 많게는 63%가 스스로를 하층민으로 여긴다. 이러한 양극화와 민생불안이 반복적인 '정권심판 프레임'의 작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역대 정권들은 신자유주의 양극화 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제 수동적으로 반복된 '정권심판 프레임'이 선거와 정치 판도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상황을 종료해야 한다. 마치 정권을 심판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이면, 여당은 역사적으로 늘 그래왔던 것처럼 기존 정권과의 차별화 또는 단절을 시도하는 데만 골몰하게 되고, 야당은 '정권심판 프레임'에 안주하려 할 것이다. 이후 누가 집권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다시 정권심판을 반복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무기력에 빠질 것이다. 이게 바로 정당정치의 실패다. 그러는 동안, 양극화는 얼마나 더 심화될 것이며, 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죽어갈 것인가.

근원적 처방이 요구된다. 신자유주의 양극화를 넘어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권심판 프레임'을 넘어 여야 간의 '비전과 대안' 경쟁이 요구된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 비대위가 복지국가의 기치 하에 정책과 인적 쇄신에 성공, 이명박 정부와 제대로 차별화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야당은 진보 개혁적 복지국가의 비전과 정책으로 정면승부를 봐야한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2013년은 역동적 복지국가 체제의 원년이 될 것이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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