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녹색바람을 타고 철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고속철도 이용 경험이 있는 19세 이상 남녀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9.7%가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에 찬성했다. 찬성이유로 요금인하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쾌적성, 직원 친절도 향상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이는 현 철도서비스의 개선 기대에서 비롯된 답변으로 보인다. 철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보다 다양해지고 세분화된 반면, 현 철도 운영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극히 한정된 데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철도공사는 동반석 37.5% 할인, 사전 예약시 할인 적용, 정기권, 할인카드 발급 등 단순 할인 상품이 대부분으로 시간대 별 이용자 패턴과 이용 목적, 고객 차별화를 연계한 신상품 개발이나 첨단마케팅의 도입 등은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경쟁이 도입되면 철도운영자들은 세분화된 소비자 욕구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개발과 차별화된 첨단서비스 개발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이동통신과 국제전화 사업에서 그 성공을 확인한 바 있다. 한국이동통신이 SK텔레콤으로 민영화되었지만 통신서비스 품질수준에 변화없이 독점을 유지하면서 이익을 향유하다가 신세기와의 2파전, 그리고 PCS 3사가 포함된 5파전을 거치면서 통신서비스품질과 대고객 서비스수준이 드라마틱하게 향상되었다.
미국의 경우 독점규제에 중점을 두고 경쟁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 품질제고와 국가경쟁력 향상이라는 대원칙은 정권과 상관없이 미국 건국이후 핵심정책으로 지속 견지하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매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민영화와 경쟁도입을 부르짖다가 선거 시점이 되면 노조 등 이익단체에 굴복하여 포기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은 저렴하게 유지하면서 원가를 낮추려는 자구노력이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요금체계의 개선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철도 이용율은 23개 OECD 국가 중 2위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고속철도의 경우 영업이율이 2010년 기준 28.1%로 제조업 평균 수익률이 6.15%임을 볼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새마을호의 경우 서울~부산ㆍ목포 간 요금은 운행시간이 비슷한 우등 고속버스에 비해 보통 16~21% 정도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적자운영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인건비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원가구조의 문제 때문인데 민간경쟁체제 도입시 발생되는 운영의 효율화로 원가를 낮춤은 물론 이용운임도 상당부분 낮추어 국민에게 제공되는 편익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호남 및 수도권고속철도의 민간경쟁체제 도입을 국민의 입장에서 반기는 이유다 .
경쟁체제가 도입이 되면 철도인력이 민간으로 분산되면서 철도공사의 인력부담이 경감될 것이고, 110여년 동안 축적된 운영 노하우와 민간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한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 더욱 발전된 운영기관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철도 운영산업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국토부나 철도운영자들은 지금껏 여러 이익집단의 반발을 우려하여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헌법 1조에 보장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이익집단'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 만족도 개선, 운임체계 변화 등 다양한 이슈를 안고 있는 철도운영의 경쟁체제 도입은 독점체제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한국의 철도 산업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시적인 변화와 불안정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이내 새로운 형태의 안정을 찾는 유기체처럼, 그 동안 안정만 기했던 한국의 철도 산업은 지금 많은 이들의 기대를 안고, 성장의 길목에 서 있다.
박기남 동의대 e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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