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갸름하고 작은 눈이 약간 처진 이명박 대통령은 소음인의 특징을 갖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태음인에 가깝다. 얼굴이 넓적하고 코가 크고 폭이 넓다. 넓고 돌출된 이마를 갖고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형적인 소양인이다.
이처럼 체질에 따라 다른 얼굴 생김새의 특징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전국 23개 한의과대학 및 한방병원과 공동으로 환자 2,900명의 얼굴 사진을 분석해 만든 '사상체질별 대표 얼굴'을 12일 공개했다. 1994년 설립된 이 연구원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한의약 분야 거점연구기관이다.
조선 후기 한의학자 이제마가 주창한 사상체질의학은 사람의 체질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네 가지로 구분한다. 같은 병이라도 체질에 따라 약재를 달리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인삼은 소음인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소양인이 먹으면 두통과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체질 분류 기준이 체계화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이제마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한의학의 표준화, 과학화 작업을 해온 연구원은 2006년부터 5년에 걸친 연구 끝에 지난해 얼굴 생김새와 목소리, 체형, 설문 등 4가지 방법으로 체질을 판단할 수 있는 '사상체질 진단 툴'을 개발했다. 이 진단 툴의 시범운용 결과, 한의사의 주관적인 진단과 비교했을 때 정확도가 80%에 달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에 공개한 체질별 대표 얼굴은 환자 2,900명을 대상으로 진단 툴로 분석한 결과와 전문가 진단이 일치한 사례에서 뽑은 공통된 특징을 연령과 성별에 따라 합성해 만들었다. 이마가 넓고 머리가 큰 태양인, 얼굴이 넓적하고 눈이 편평하며 코가 큰 태음인, 눈초리가 올라가고 이마가 돌출된 소양인, 얼굴 폭이 좁고 눈이 약간 처진 소음인 등 사상체질별 생김새의 특성을 대표 얼굴 이미지를 통해 더 확연하게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김종열 선임연구본부장은 "그동안은 한의사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해 체질 진단이 이뤄져 신뢰도에 문제가 있었다"며 "진단 툴과 대표 얼굴 이미지를 활용하면 보다 체계적으로 체질을 진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진단 툴은 경희의료원 등 전국 8개 한방병원에서 시범적으로 쓰고 있다. 연구원은 6월부터 30개 한방병원에 이 툴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