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 건설 붐이 일어나면 경제가 활발한 것으로 믿기 쉽다. 하지만 이런 추측을 뒤집는 보고서가 나왔다. 초고층 빌딩 건설이 경기를 나타내는 척도인 것은 맞지만, 오히려 경기침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캐피탈은 보고서를 통해 “초고층 건물이 대거 들어서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인디펜던트 등이 12일 보도했다.
1870년 미 뉴욕에 들어서기 시작한 고층빌딩부터 2010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에 완공된 현존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까지 모두 이 공식이 들어맞는다. 세계 최고층 빌딩이 건설된 다음에는 어김없이 경제는 추락했다.
바클레이즈캐피탈은 지난 140년간 세계 고층빌딩 건설과 금융위기 징조 간에는 부정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에 세워진 40월스트리트 빌딩, 크라이슬러 빌딩,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928~33년 대공황 시기에 모두 완공됐다. 163층짜리 부르즈 칼리파가 세워진 2010년은 전세계가 금융위기에 빠졌고, UAE도 위기를 맞았다.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빌딩(1972~73년)과 시카고의 시워스 타워(1974년)도 70년대 석유파동 때 완공됐다. 98년 완공된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88층짜리 페트로나스 타워는 아시아 금융위기와 맞물린다.
보고서를 낸 앤드류 로렌스는 “상대적으로 쉬운 대출과 부동산 가격 상승, 과도한 낙관주의가 초고층 건설로 이어진다”며 “수년후 초고층 건물이 완공될 시점에 경제 버블이 꺼지며 침체로 돌아서고 은행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일본이 각각 141개와 14개의 초고층 빌딩을 건설중”이라며 특히 중국에 대해 “가장 큰 버블 제조자”라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이어 “중국과 인도의 건설 붐은 자본배분이 잘못된 것을 반영할 수 있다”며 “앞으로 5년 내 아시아 2대 경제대국인 중국과 인도에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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