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운회사를 이끄는 두 여성CEO, 현정은 현대그룹(현대상선) 회장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시련의 계절을 겪고 있다.
유럽재정위기 여파로 해운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빠지면서, 두 여성들은 취임 이래 최대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것. 이에 현ㆍ최 회장은 연초부터 위기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철의 여인'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세계를 강타한 경기침체로 인해 물동량이 급감, 해운업계는 현재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 7조1,362억원, 영업적자 3,728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대상선 역시 매출액 5조2,825억원, 영업적자 1,950억원을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재정난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두 거대해운회사의 CEO들은 새해 벽두부터 일선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위기타개를 독려하고 있다. 오전 일찍 출근해 외부일정도 최소화하며 경영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체크한다는 것.
최 회장은 지난 6일 그룹 전략회의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올해는 흑자전환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강도 높게 주문했다. 그는 "2011년은 전 세계 해운 업체들에게 시련과 도전의 해였다"며 "올해는 반드시 흑자를 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확고한 주인의식과 철저한 체질개선, 수익성 위주의 사업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올해 구체적 경영목표로 매출 11조5,400억원(100억 달러) 달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연료소모량 축소와 장비ㆍ물류비 절감 등을 통한 경비축소 ▦타 선사와 해운연합체를 통한 물량 증대 ▦중국 내륙사업확대 등을 추진키로 했다.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의 사망으로 2007년12월 회사경영을 맡게 된 최 회장은 취임 이후 곧바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고 2년 만에 다시 유럽재정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취임 후 5년도 못돼 두 차례의 글로벌 경기침체를 겪고 있지만 이미 금융위기를 한번 넘겼기 때문에 위기돌파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상선도 10일 열린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8조원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실현을 제시했다.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8% 늘어난 320만톤(TEU)의 컨테이너 수송목표도 세웠다.
특히 지난해 12월 출범한 세계 최대 해운연합 'G6'를 통한 글로벌 영업망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상선, 싱가포르 APL, 일본 MOL,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NYK, 홍콩 OOCL 등 6개 선사 참여하는 G6 얼라이언스는 오는 4월부터 정식 가동할 예정인데, '다윗 연합'으로 세계 최대선사인 '골리앗' 덴마크 머스크와 맞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가장 경기에 민감하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 글로벌 위기의 직격탄을 맞는 업종"이라며 "회복이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두 여성 CEO가 또 한번 철의 여인의 면모를 보여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